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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마음챙김의 시작
안미라 지음 / 더난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살던 방식과 다르게 변화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기회나 계기가 간절하다. 물론 의지력이 강해서 생각대로 살 수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승무원이었던 저자의 경험은 극적인 편에 속한다. 난기류로 사고를 겪으며 상처를 입고 이우에도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었다.
다행히 현명한 저자는 아픈 몸의 통증을 치료하며 내내 다쳐있던 마음도 더불어 치유하기로 한다. 직장 생활을 충실히 하지만 매일 음주를 하던,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간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14살의 ‘내면아이’를 만난다.
부모의 이혼, 한부모와도 살지 못하고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말까지 듣는다. 사정을 정확히 알아도 섭섭한 상황인데, 단절과도 같은 관계와 환경의 변화는 그대로 상처로 남았다.
무척 흔한 병명이나 도무지 공허하게 들려서 감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병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다. 같은 진단을 받아도 개별 증상, 원인, 효과 있는 치료방법이 다 다를 수 있다. 자꾸 울컥하고 눈물이 나고 갑갑하고 죽을 것 같은, 내게만 실재하는 고통과 위협일 수 있다.
정신과 육체는, 엄밀히 말하면 정신 작용을 담당하는 ‘뇌’ 역시 육체이니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상호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 예전에는 나는 짜증이 왜 이렇게 자주 나지? 하고 그런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적어 보다가, 그런 경우에 그저 배가 고팠구나, 즉 혈당이 낮았구나, 하는 간단한 원인을 찾아낸 적이 있다. 성격 탓이 아니라 혈당수치 탓.
그러니 우리 몸에 일어나는 여러 트러블을 잘 관찰하면 역으로 정신의 건강진단을 해볼 수도 있다. 저자 역시 잦은 알러지와 복통이 잦았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의 식사가 소화가 안 되고 체증이 생기는 것처럼, 어린 시절 강요당해 억지로 먹어야했던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이어지는 것처럼, 혹시 기억해낼 수 있다면 적어도 마음은 편해진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이유가 있었네” “그랬나 보다” “그러려니 하자” 등등은 나도 타인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꽤 유용한 툴tool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기회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도움이 될 내용을 잘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마음 챙김의 과정을 읽으며 나도 마음을 좀 더 낮게 내려놓아본다. 상대가 선의로 해주는 말에도 예의바른 반응을 보이지만 생각은 뾰족하게 방법의 유효성부터 분석하려고 드는 이런 버릇은 사기당하는 일은 잘 피할지 몰라도 하여간 내 맘에도 들지 않는 습관이기도 하다.
운동으로 몸을 돌보고 명상으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제 어제 연이어 몸을 잘 쓰는, 근력 키우며 멋지게 사는 이들을 만난 뒤라 이어지는 여러 생각들이 많다. 자고 깨면 지인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고, 자가격리를 당해 일상이 중단되고, 나이 드신 부모님들의 서글픈 소식들이 들리고, 판데믹이라 아니라도 저자의 말처럼 ‘당연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 세상의 진실이다.
“나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들어주길 원했다. 하지만 내가 슬프고 힘들다고 말할 때 그저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 무척 힘들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 나는 나의 이름을 불렀다. ‘미라야 괜찮니...?’ 홀로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은 실은 걷기 명상으로 시작한 것이다. 2000년 대 초반 어느 날 틱낫한 승려를 만나 ‘시끄러운 마음으로 조용한 방에 앉아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당돌하게 물었더니 가르쳐준 명상의 방식이다. 오른발왼발, 한 발씩 내 속도로 앞으로.
부디 모두가 원하는 곳에 있길, 원하는 곳으로 다가가길, 도착할 힘이 충분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