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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스트넛맨
쇠렌 스바이스트루프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내게만 고착된 이미지였을지는 몰라도, 제목에서부터 10월이 연상되는, 군 밤 옆에 두고 읽고 싶었던 작품이다. (아무 의미 없지만 집착하듯) 목차가 끝나는 11월 4일에 완독을 해서 다행이란 흡족한 기분이다.
11월부터 코펜하겐은 거의 하루 종일 어둡다. 11시에 뿌옇게 밝아 오는 듯하다 2시면 깜깜해진다. 실내에 아무리 불을 켜도 호흡곤란이 와서, 평생 단 한 번 계약을 스스로 파기하고 직장을 그만뒀던 오래 전 기억이 난다.
목에 줄이 걸려 있지 않다면 덜 무서웠을 표지의 ‘밤chestnut 인형’이 묘한 느낌의 공포를 미리 선사한다. 작품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범인을 마주할 줄이야! 알고서 범죄를 밝히고 추리하는 과정의 작품도 나는 무척 좋아한다.
극한의 고통이 짐작되는 잔혹한 묘사로 만나는 살인 행각이 끔찍하다. 살인현장마다 남아 있는 살인자의 표식 ‘밤인형’. 1년 전 납치 실종된 이의 지문이 묻어 있다.
1989년 10월 최초로 등장한 범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극적인 장면들이 연이어 지나는 중에도 범인이 완벽하게 가려져 있는 느낌에 갑갑하고 그래서 궁금증은 폭증한다.
완력이 약한 여자들만 골라 살해하는 찌질한 범인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참혹한 사건의 담당형사가 딸을 키우는 유일한 보호자라는 설정에 불안 초조했다.
극한의 매운 맛을 느끼게 하는 이 끔찍한 연쇄살인은 1년 전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내내 궁금했다. 형사 톨린과 파트너 헤스의 고군분투의 과정이 마무리까지 지루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좋다.
특히 아동학대/(성)폭력/범죄에 관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룬 것, 북유럽에서 가능할 내용의 복지 시스템에 대한 비판, 그리고 거짓말을 감추려는 노력이 얼마나 고난다고 힘든 일인가를 파헤치듯 보여주는 인간 심리를 사회복지와 연계해서 펼쳐 주는 점이 설득력이 강하다.
진짜 범인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충격적인 반전이니, 읽기 전인 분들은 어떻게든 스포일러를 피하셔야 한다!
읽으면서 맛보는 감정의 온도 차가 커서 즐거웠고, 텍스트에서만 드러날 수 있는 세심한 심리 표사, 생각의 변화 등이 재미를 더한다. 집착도 과장도 없는 건조하고 서늘한 북유럽의 분위기를 따르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여지들이 억지스러운 봉합보다 훨씬 더 좋다.
! 시리즈나 스핀오프라도 출간해 주시길!
! 엄청 빨리 읽히니 주의! 596페이지 분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