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사소했던 일 VivaVivo (비바비보) 37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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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작가의 청소년문학입니다제목에서 짐작되는 바가 많으시지요학교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내용인데한 없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심리적 서사라기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입장이 어떠했는지 읽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텍스트입니다.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한 실수를 저지르며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식의 반복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본인이 선택한 자아의 인정 방식이 과연 올바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혀 의도하지 않게 연관되고 심지어 피해를 입는 입장이 있게 마련이고, 피해의 정도와 별개로 많은 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드문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가짜뉴스라면 어른들이 훨씬 악랄하고 폭넓게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사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의 닮은 꼴 무책임한 발언섣부른 확신도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주변인의 한마디 말이또는 한 번의 눈빛이 형태 없는 칼날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잔인한 현실입니다. (...) 생면부지의 지구 반대편 네티즌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세상.”

 

초등생 독자라면 열중해서 추리해볼 만한 구조의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입니다친구들에게 알려서 얘기해보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카더라의 폐해가 궁금하네요.

 

사건의 시작은 금색볼펜과 돈이 사라진 것이지만진짜 시작은 오해가 불러 온 갈등이기적인 사정을 변명삼아 타인에게 비난을 돌리는 행위거짓말들이지요.

 

책 속 이야기에서 보듯이 모든 사람들의 삶에 늘 행운만 따르지는 않습니다. (...) 이 책을 쓰는 과정은 제 스스로에게 경계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 나를 진심으로 대해 주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상대방을 같은 마음으로 정중히 대했으면 합니다.”

 

이런 행위를 한 아이들에게 책임을 모두 묻기에는 보호자로서의 부모의 무관심가정 폭력불화빈부 격하경쟁과 같은 환경에서 아이들만 오롯이 온전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원하는 망상 탓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냉정한 현실사회 속 어른들의 모습은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세상에도 그대로 복제되어 나타납니다.”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구성이 아니라 더 오래 거듭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반복되지 않을수록 좋은 복잡하고 씁쓸한 풍경입니다우리가 볼 수 없었던 삶의 사각지대들은 아주 많았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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