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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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색감과 제목을 보면 어떤 장르의 작품일 것 같으신가요. 작은 독립서점이 나오니 저는 무조건 읽고 싶어집니다. 서점이나 도서관 배경에 책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면 참을 수 없이 궁금하고 설렙니다. 




이 책은 고서적을 다루는 서점에서 15년 간 한 인물을 기다리는 주인공이 아주 치밀하게 계획한 순서에 따라 ‘전개되어야하는’ 이야기입니다.


뭉클하고 따뜻한 감동이 가득한 추억과 사랑이 아니라…… 살인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죽이고 자신의 두 다리를 앗아간!


정체성을 사냥꾼이라 정하고 사냥감을 찾는 살인마의 행적이 묘사될 때마다 치를 떨며 읽습니다. 점점 더 생존자 주인공에 공감하게 되지요. 행위만 드러나고 정체를 모르니 의심스러운 몇 명의 용의자들을 두고 추리해나가며 참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장르 소설에 익숙하시면 빨리 찾을 수도 있겠지만, 살인마에 대한 단서 - 기억 - 라곤 눈빛과 고서적에 대한 애착뿐임에도 주인공과 함께 찾아내는 일이 큰 재미입니다. 요행히 사냥꾼에게 빼앗은 고서적을 유명우 교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쉬운 미끼인가요.


고서적 수집가로 유명해지고자 한 노력, TV에 출연한 것도 모두 살인마를 유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일이지만 15년 전 자신이 기억하는 단편들을 믿고 이 위험천만한 대결을 시작해도 될까요.


물론 계획이 있습니다. 독자로선 이 계획을 파악하고 이해한 뒤 범인을 함께 유추해나가는 과정이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장르 특성 상 막 신나게 얘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주인공이 맘 편히 계획을 세우며 즐겁게 복수를 꿈 꾼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요.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곧 죄책감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아내와 아이가 죽었으니 그 고통은 짐작하기 어렵겠지요.


그럼에도 이야기의 재미를 망치지 않는 점은 주인공이 감정적 폭발 대신 철저하고 냉철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점입니다. 긴장감도 대단하고 이런 삶을 살아야하는 무참함도 느껴집니다.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설정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액션보다 두뇌대결입니다. 휠체어에 앉아서 범인을 마치 사냥하듯 몰아가는 서사는 대단합니다. 


범인이 너무 분명하게 알아차릴 미끼라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함정이라 조마조마했습니다. 주인공이 15년을 절치부심했다해도 범인은 더 오래 살인을 연마한 노련하고 심지어 지적인 존재이니까요. 


복수를 위해 살인마를 기다리는 공간으로 독립서점이 활용되다니!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 탓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거침이 없습니다. 계획에 따라 빠르게 속 시원히 전력 질주하는 작품입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으니까요.”


이제는 정말 스포 이외엔 더 쓸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만 총총.


! 반전 있습니다. 서점 안 비밀 공간 있습니다. 캐릭터를 빌린 현실 인물과 서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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