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현대문학 단편집
연필로 명상하기 옮김 / &(앤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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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 애니메이션 원화들로 다시 책을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JTN61MECPz4




다섯 개의 단편 모두 읽어 보셨나요. 저는 20세기 학창 시절에 읽었습니다. 동심이 부족했는지 무척 거리감이 느껴지고 낯설고 기이하고 무섭기도 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안다는 이유로 다시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다채로운 작품과 같은 책을 선물 받은 덕분에 색감이 화면을 프린트한 느낌이 받으며 이제 다시 읽어 봅니다. 가만 따져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참 멀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일상들이 낯설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마다 담긴 정서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전달을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며칠 전에 메밀꽃이 가득 핀 풍경을 사진으로 보여 주신 이웃분이 계셔서 잘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온통 이런 간접 경험뿐이니 정서적 반응이 약할 수밖에요. 무녀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섭네요. 청소년 필독서... 예전 십 대인 저도 잘 이해를 못했는데, 그건 제 개인의 과문함 탓일 수도 있으니, 지금 십 대인 아이들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운수 좋은 날]은 제목 덕분에 잊지 못할 기억이 떠오릅니다.

 

2004년 3월, 일 년 반인가... 만에 한국에 들렀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와 경부 고속도로로 출장을 겸한 여행을 떠났는데 얼마 못가고 폭설로 도로에 갇혔습니다. 눈 좀 많이 온다고 산업도로가 막히다니…… 조금 많이 당황했습니다. 슬금슬금 이동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완전 저버리고 총 30시간 정도 도로 위에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갈 수 없었습니다.

 

아주 가끔 조금 움직이거나 해서 터널에 진입했을 때는 더 괴로웠습니다. 바로 앞에 수소탱크 차량이 있었고 용감한 몇몇 사람들이 어디선가 땔감을 가져와서 불을 피웠거든요. 수소 옆에 화기……. 터지면 적어도 터널 안 사람들은 다 죽을 텐데. 네. 물론 탱크 재질이 그리 쉽게 불붙는 건 아니지만요. 친구는 잠들고 저는 화기 감시하느라 잠을 못 이뤘습니다. 차량기사는 과로 탓에 운전석에서 기절을 하셨더군요.

 

이틀째가 되니 - 터널 겨우 빠져 나옴 -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저기에 거대한 택배박스 들을 쿵쿵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이 하강했지요. 졸고 있던 친구를 깨워 폭설이 아니라 전쟁이 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함성과 함께 택배박스로 달려가는 이들이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방한용 담요들이 가득했습니다. 점점 더 무서워지는 와중에,

 

“똑똑똑!” 군인 한 명이 차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여니 겨울 칼바람과 거친 숨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사이다랑 몽셸 통통 드시겠습니까?” 뭔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달콤한 질문이었습니다. 취향이 확고한 제 친구가 칠성인지 킨인지 따져 묻고 안 마시는 거라고 거절하지 않았다면 저는 기념품으로 간직했을 지도.

 

해가 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차를 버리고 눈에 푹푹 빠져가며 가장 가까운 마을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량 연료가 떨어져 난방도 안 되고 음식도 물도 아기가 있는 차는 분유도 기저귀도 없었으니까요. 내가 목격하는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여전히 얼떨떨했지요. 

 

다시 밤이 지나 아침이 오자 사방에 버리고 간 차들이 눈에 묻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로에서 버티던 연료가 남은 차들이 드디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근무자들이 생존을 반겨주며 이용료는 내지 말고 통과하라고 하더군요. 뭔가 울컥 분한 마음이... 이후에 집단 소송도 있었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76012.html


음... 다 쓰고 보니 [운수 좋은 날]과 묶일 여지가 있는 경험이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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