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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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작가는 적어도 국내 출간작들만 봤을 때는 매번 스타일이 아주 많이 다르다이것도 저것도 다 재미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대서사를 펼치는 추리대작도 코믹호러도 있다.

 

이전에 일본의 설화민담을 재구성한 작품을 읽고 무척 재미있어서 멋진 기획이라 생각했다이미 다 알아서 다시 읽게 되지 않는 전 세계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장르를 달리하는 추리미스터리스릴러로 재구성하면 좋겠다 싶었는데동화를 재해석한 장단편연작소설이 출간되어 반가웠다.

 

클리셰도 통속도 초반에 범인 알고 추리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다 좋아한다내용을 아는 이야기라서 흥미가 떨어지진 않는다재밌는데 왜 이렇게 읽는 속도가 느리지 싶었는데세 편 중 한편이 300쪽이 훌쩍 넘는구나역시 묵직한 분량을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답다.

 

<잭과 콩나무살인사건> <푸른 수염의 밀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이렇게 세 편이다.

 

콩줄기beanstalk란 번역은 아직도 안 해주는구나.

 

주인공 호프만과 한스란 이름은 독일 분위기인데 이야기 속 신분은 영국 귀족이다법학 박사가 주인공 직업이라선지사건 주인공들은 재판의 피고가 되고유무죄를 가리는 현실적인 해결 방식을 취한다.

 

일단 우리가 아는 사실에서 증거를 찾자.”

 

호프만은 슬쩍 보고도 진실을 간파하는 특별한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고한스는 마지못해 따라다니지만 이야기의 화자이다단편 두 개는 준비운동처럼 단순하게 재밌게 재빨리 풀어낼 수 있는 사건들이지만 무척 입체적으로 살아난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컸다.

 

장편에 버금가는 표제작은어린 시절에는 상당히 무서웠던 내용을 떠올리며 읽는 중에도기억상실에서 회복되는 것처럼 새롭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읽힌다.

 

어릴 적에야 역사적인 배경을 궁금해하지도 연도를 찾아가며 읽지도 않았다숫자를 알았다 해도 통사적 이해가 부족해서 의미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이 작품에서 작가가 팩트와 상상력을 잘 섞어서 들려주니 섬세함과 풍성함이 늘어나서 역사소설처럼도 즐기게 된다.

 

덕분에 마술피리는 동화의 위상을 벗어나서 본격 사회파추리소설이 된다엄청 많다 싶은 무심하게 배치된 단서들을 셜록홈즈처럼 추리해나간다한스는 왓슨이라기보다는 유쾌한 재미와 잠시의 쉼을 마련해주는 반가운 캐릭터이다그래도 무예실력만은 뛰어난 호위이다.

 

스포를 하지 않으려는 강박에 쓸 내용이 별로 없다재밌는 작품 즐겁게 읽으시길 바란다.

 

서브텍스트로서 다른 동화들도 섞여 있습니다찾아보시는 재미도 누리시길!


! 후기가 의외로 길고...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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