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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공룡 만화 -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한적한
보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1. 적적-하다 的的하다 : 밝고 곱다.
2. 적적-하다 寂寂하다 : 조용하고 쓸쓸하다.
두 개가 다 어울리는 작품이다.
천천히 보고
또 보고
오래 보고
다시 보고
그런 조용한 위안이 가득하다.
그리고 쓰는 사람인 보선 저자에게 부러운 것이
108배가 넘는 듯해
시기하듯 작품을 보고
예상치 못한 속마음을 마구 쏟아내는 짓을 여러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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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하다가도 다 의미 없다,
이런 기분이 불쑥 쳐들어와서 짜증스러웠다. 별 일도 없는 주제에.
‘부질없다’와는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찾아 보다 기력을 찾은 이상한 날.
그나저나 부질없다가 쓸모없다는 뜻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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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위로는 해주지 않는 무서운 분,
희망 따위는 없는 짧은 생을 죽기 전까지
끈질기게 버텨보라는 말씀인가.
분하고 오기가 생겨서 키를 놓지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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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시가 심해서 안경을 벗으면 세상의 경계가 번지면서
모든 존재들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가끔 해본다. 떠올리기 싫은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
달이 세 개로 보인 적은 없어서 시기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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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와 부조리가 인생의 본질이라고 오늘 조금 더 믿게 되었다.
존 레논이 아들에게 한 말도 떠오르고,
“인생이란 네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너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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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확률상 부조리 발생!
같은 날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언급하는 글을 두 개 만나다니...
2막에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당황했던 그 억울함...
무언지 모를 ‘고도’라도 믿고 기다리는 이들이 분명 더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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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름끼치는 악몽을 꿨다.
장면은 없고 목소리만 귀에 울리는...
불길한 예언을 카랑하게 들려주는 그런 꿈...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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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가님,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고 쓰고 나니
눈물이 안 나와서 글로 울고 있다고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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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
나와 닮은 공룡 캐릭터가 있다는 중론인데...
글쎄...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