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최시현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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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읽기에는 한국에서 소득수준이 높아지는 시기와 국가 주도 부동산 투기가 만나서자산을 충분히 마련해서 자자손손 노동소득에 목매달지 않고 살도록 하고 싶다는 모두의 욕망에 불을 붙인 시작과 과정을 총체적으로 들려주는 자료입니다.


우선 제 연구는 부동산 투기는 여성의 일이라고 관습적으로 생각해왔던 것을 실제 경험 연구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는 점에서 (...) 남성들이 하는 주식이나 비트코인부동산 매매는 투자라고 말하면서도 여성이 해온 것은 투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해 온 것은 (...) 왜 여성들의 경제실천에는 특별히 도덕적 평가가 부여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특이하고 반갑게도 최시현 박사의 여성학 박사 학위 논문을 정리한 책입니다과학과학 철학다시 과학을 전공한 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타인의 경험들을 서술한 논문을 써 본적이 없습니다사회과학 논문들으로서 당대 다양한 사람들 - 40~70대 여성 25명 을 만나고 삶을 담아내고 고민하는 내용들이라독자들이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삶을 이해하기도 하고 혼란과 오해를 바로 잡기도 하는 무척 유용한 자료입니다부러운 일이지요제 논문은 몇 명이나 유용하게 읽었을까요.


무척이나 배타적이고 단단한 한국의 가족주의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잘 보이고그러한 변화의 동기나 결과가 여성 자신의 역량 계발이나 성장이나 자율성의 확대를 위한 것도 아니었던 그런 세월에 코가 시큰합니다.

 

여성이 남성의 집에서 어떤 역할로 존재하는지가 그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저는 모릅니다집사람이 한 일이에요.”  세상 비겁한 변명!

 

정당하지 못한 방식의 자금 축적과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지향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문제시 되었다그런데 유독 위법적인 주택실천은 가족주의에 대한 강력한 옹호 속에서 오염된 일로 범주화 되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 살아남아 내 집을 마련한 여성들은 이제 경제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집이 곧 안사람집사람주부로서의 자아를 인증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그런데 그렇게 마련해서 쓸고 닦고 한 집이 문서상 내 집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은 하나라는 가치의 단단함을 제가 너무 몰라 하는 생각일까요.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고 나의 이익은 반드시 누군가의 손해입니다그렇게 느끼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모두 자산이 증가했다고 느낀다면 그건 실패 사례를 숨기는 노력이 있었고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었겠지요리스크가 부각되면 투자든 투기든 지속하려는 생각이 사라질 것이고그러면 부동산 시장은 진작 파국을 맞았겠지요.

 

최시현 교수가 이 논문에서 논하고자 하는 바는 가해자/피해자를 구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여성학 논문이라 뾰족하고 날 선 시선에 어려운 내용이라 짐작하여 피하지는 마시길저는 무척 감사히 읽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사오 년 전에 친구의 하소연도 제대로 이해가 됩니다.  졸업 후 바로 결혼해서 아파트 분양 받고 애 낳아 기르며 살았던 대학 동창은 자산 가치가 수억이 늘었고, 직장을 다닌 자신의 소득은 그에 못 미치니 노동 가치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라는 세상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고 했습니다.

 

관념적인 주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속에서 구동된 역학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며 내 부모나 나 자신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습니다대한민국 부동산을 두고 펼쳐진 사회현상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주제에 멀어지는 법 없이 집중하는 선명한 사회과학서입니다정책역사제도적 구조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무척 좋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실제 인물들 구술자들 -을 만나고 인터뷰를 한 내용들이 그들의 육성으로 기록되었는데이것도 나이 탓인지 육성에서 들리는 삶들이 느껴지고 고단함과 힘든 세월이 들려서 투기꾼복부인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들고 마음이 징징 울렸습니다.


저자는 침착한데 제 생각 속에는 국민을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던 이들에 대한 분노는 싸늘하고도 후텁지근하게 지나갔습니다대대적인 홍보와 부추김과 교묘한 가스라이팅으로 부동산 투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개발 이익은 끼리끼리 나눠 갖고사회 문제로 부각되니 복부인이란 비난 대상을 만들어 내고 광고를 한 저열한 인간들이런 자들은 책임을 못 느낄 뿐더러 덕분에 돈 번 사람도 있다는 항변을 하거나친일파들처럼 개명한 사람은 다 친일파냐고 도리어 화를 내겠지요,

 

감정적으로 흐르는 글을 이만 마무리합니다다 소개하지 못한 충실한 내용들과 저자가 제안한 대안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책 내용을 온전히 만나기 전에 주택문제에 대한 저자의 해법을 듣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각자가 가지고 계신 문제의식질문제안들이 궁금합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 사회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오늘도 아파트값 폭등이란 기사제목들이 현란한 시절이니 함께 고민하고 얘기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라 믿습니다읽게 되심 생각을 다양하게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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