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 저자는 역사고고학 연구자로서 낭산*의 가치와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문화유산해설서인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오래 전 <언덕에 올랐다 산에서 내려온 잉글리시맨>이 생각나는 도심의 낮은 구릉을 경주에 사시는 분들은 산이라고 오래 부르셨습니다. 예전 모습은 많이 달랐을 수도 있겠습니다.
* 낭(狼)산 : 이리 랑. 산의 지형이 ‘이리’가 길게 엎드려 있는 모습.
“신라인들에게 낭산은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성스러운 숲으로 추앙받았던 곳이며, 높은 격을 지닌 나라의 제사를 지낸 진산 (...)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동산이지만 (...) 신라문화의 깊은 금광 같은 곳.”
낭산의 행정수도는 경주시 보문동입니다. 동네 이름도 역시 보물 가득한 명칭답습니다. 무려 실성왕 12년(413)년부터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고, 선덕 여왕릉, 사천왕사지, 능지탑, 마애불, 황복사지 삼층 석탑이 낭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왕들의 장례를 지낸 곳이고 비를 세운 곳이고 왕사를 포함한 절들을 지은 곳이니 낭산은 신라시대 경주의 행사장이자 광장이자 무대였습니다. 신화와 역사의 경계처럼 느껴지는 솔거, 양지, 월명, 최치원과 같은 인물들 역시 낭산에 역사적 흔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경주 낭산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많습니다. 잘 알고 역사기행을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고 조사 연구하는 분들의 글도 있고 보도 자료들도 있습니다. 명칭 하나를 안다는 것이 경주라는 세계에 대한 경계선을 쭉 늘려 줍니다.
역사기행을 가보면 좋겠습니다. 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가도 좋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해도 좋고 가족과 느긋하게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꼭 많이 배우고 봐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겸사겸사하는 마음으로 옛날 옛적 신라인들처럼 신화와 현실의 경계에서 상상하고 소원하고 즐겁게 문화를 누리는 경험이어도 좋겠습니다.
판데믹 시절에 국내의 여러 장소들과 관련해서 새로 계발한 관광포인트들만이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발굴해 주는 책들이 많아지면 반갑겠습니다. 차를 달려 남한 한 바퀴 돌고 답답하다, 갑갑하다 하소연한 시간들이 조금 부끄럽고 후회되는 독서였습니다.
"모든 여행은 정확히 그 속도만큼 더 따분해진다."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
귀한 시공간인 경주와 거주민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경주 땅 속에 묻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 경주방폐장 - 에 대한 대책도 수명이 진작 끝난 월성핵발전소에 대한 대책도 하루빨리 잘 마련되길 더불어 바라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