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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실험으로 밝힌 16가지 심리법칙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1년 8월
평점 :
* 사회심리학: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및 그와 반대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개인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이 책에 실린 사회심리학의 대표적인 실험은 16가지이다. 많이 알려진 흔들다리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방관자 효과, 충격적이었던 스탠퍼드 감옥 실험도 있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하틀리의 편견 연구도 있다.
한편 막연한 짐작과 대치되는 실험 결과는 흥미롭고 생각할 여지를 남겨 준다. 가령,
“사람들은 목격자가 자기 혼자라고 생각할 때일수록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이 함께 있으면 책임감이 분산되며 특히 그 타인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일 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때, 또는 아예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을 때 그가 체감하는 책임감은 더 약해진다.”
어쩌면 국가와 사회와 문화가 달라서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경험한 한국인들은 좋은 의미로 연대하고 참여하는 유행도 거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실험 결과가 없어 근거할 만한 것은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 학자의 글이고 독일에서 공부하고 근무하는 역자 소개에 어울리는 유럽의 심리, 철학, 의학을 아우르는 과학 프로젝트의 내용들이다, 어쩔 수 없이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대를 관통한 정신적 유산이 남았으리라는 의심도 든다.
“권위자에게 복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경제적 손해를 입는다든가 벌칙을 감수해야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 대부분은 권위를 쥐고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의 명령을 따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착실하고 무엇이든 잘 지키며 살았던 이들이 뜻밖에 불합리한 권위와 요청에도 쉽게 응한다는 주장을 여러 해 전에 접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잘 되어 서글프기도 했다.
가장 빈번하게 드는 예는 독일인들의 나치 지지 현상인데, 지식 정보가 부족한 독자로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의 예방법은 ‘생각하자,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자’는 결심을 다지는 것뿐이다.
다소 무미건조한 과학실험 보고서와는 많이 다르고, 실험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고 웃기고 즉각 이해가 가지 않는 의외의 내용들이 있다. 연구자들이 무척 재밌게 연구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연구실과 실험실에 머물 것이라 짐작되는 심리학자들이 사이비 종교 단체에 위장 잠입한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실험이다. 1950년 대 초반에 인지부조화*를 연구하고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려는 목적이었다.
* 인지부조화: 감정과 사고가 서로 상충할 때 발생하는 거슬리고 불쾌한,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감정 상태. 페스팅거 연구팀의 관찰 실험 결과.
2021년에도 이런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심지어 구체적인 근거와 증거가 있다 해도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려 하지 않는 이들은 규모가 큰 조직을 이루기도 한다.
알지만 인정하기 싫은 거라면, 다른 이익 구조가 복잡한 거라면 오히려 안심(?)인데, 정말로 판단이 불가능한 인지부조화 상태라면 소통의 불가능함에 절망스럽다.
어둡고 무거운 현실 설명 이외에도 ‘긍정적인 말은 어떻게 행동을 변화시키는지’와 같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실리는 내용도, ‘아는 것이 적을수록 왜 사람은 비판적으로 변하는지’처럼 뜨끔한 내용도 있다.
그리고 근래에 무척 무서워하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자꾸만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가스라이팅이 떠오르는 내용도 있다.
“누군가 당신을 오랜 시간 동안 미친 사람을 상대할 때처럼 대하면 당신도 점점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어딘가 아프다고 느낄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스스로에게든 타인에게든 ‘미쳤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정신 못 차리네, 정신 없네’라는 표현도 더불어서.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만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위험도가 더 높고 치명적인 가스라이팅이 더 활발하게 지적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자각을 못해서 타인에게 이런 유해를 거듭 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학술논문부터 SNS 상의 간단 테스트들까지 심리학을 언급하는 내용들은 우리 사회에 아주 많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 없다거나 익숙하다거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을 수 있고, 그런 경험은 심리학 자체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불신을 높일 수도 있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 시스템적으로 정교하게 마련되기 전 - 시절이라 활발한 실험들이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은 어디서 누가 무슨 실험들을 하고 있는지 문득 모르는 분야의 일이 궁금해진다. 뇌과학 분야에 관심도 투자도 몰려 있지 않나 짐작만 해본다.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더 나아가 통제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위해 사건의 앞뒤에서 어떠한 인과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즉 인간은 자신의 눈에 비치는 모든 활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그 행동의 주체가 지닌 인격 등 성향적 요소에서 이 이유를 찾지만 상황적 요소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 귀인오류attribution error
이 책은 내용과 맥락과 유효성에 있어 차별적 충실함이 있으면서도 제목처럼 재밌고 여전히 고민할가치가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어 어려움을 느끼기 보단 재밌게 잘 읽었다.
상황을 살짝만 바꾸면 2021년에도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자행되는 각종 사회적 실험들의 심리학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무척 유용한 훈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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