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없는 세상 - ; 플랜 B를 살다
밥장 지음 / 도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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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계획은 야심찼지만 어느새 원하던 나이는 지났고 지금은 의욕도 계획도 없이 흐릿한 매일을 사는 기분이다재택근무란 편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시절에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기대수명의 연장은 어떤 의미일까각자의 느낌은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노후도 아이들의 미래도 점점 가난해질 일만 남았거나운이 좋으면 우리는 늙어서 죽겠지만 아이들은 늙을 기회조차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불안을 폭증시킨다.

 

어디서 보아도 다감했던 시가지한려수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바다 풍경모든 것이 맛있었던 통영 여행이 그립다그곳에 살롱 호심이 있고작가들이 있고이 책의 저자는 어여쁜 그림과 글을 담아 전한다은퇴가 없다는 말이 숨 가쁘고 버겁지 않게 들리니 마법이다.

 

함부로 꿈을 강요하지 마세요.

억지로 술을 마시라는 거랑 다를 바 없으니까요.”


나이 오십에 통영에 집을 사고 문화살롱을 열고결심과 실행이 일단 무척 부럽다어디서 살 것인가는 늘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와 짝을 지어 어려운 문제로만 다가와서 나는 내내 답을 못 찾고 사는 기분이었다그 결과 할 수 있는 일을 겨우 해치우며 사는 일상을 감당하고 있다.

 

당신을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개념은 무얼까요?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여지껏 보고도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늘 복작거리는 틈을 비집거나 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려 차를 빼내거나 했던 통영의 북적거렸던 시절도 코로나와 함께 침묵에 잠겼나 보다살롱의 매출은 저자가 기대한 것에 훨씬 못 미친다자영업은 자기 건물이라 해도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빚을 지고 매달 고정지출을 감당하고서야 숨을 돌린다고 하던데…….

 

장사가 되든 안 되든 꼭 내야 할 돈도 참 많다.”

 

저자는 전문가로서 정점을 지나고나니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 있다고 전문성의 유통기한을 언급한다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를 모르는 나로서는 속도감과 치열함을 짐작만 해본다.

 

어떤 직업은 세상과의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게 어긋나고 어떤 직업은 세상의 속도와 아주 무관하게 지겹기만 한 일도 있다저저의 모친께서 언급하신 말 속에 내게 더 익숙한 세상이 들어 있다.

 

장사란 견디는 거야손님이 없어 심심하고 지겨워도 그냥 버티는 거야.”

 

스승과 선후배 지인들 중에 은퇴를 하고 가장 부러운 분은 코로나 전에 은퇴하시고 여행을 즐기신 분들 일상을 다시 만들어 가시고 매일 이전과는 바뀌어 가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여행이란 사무실 칸막이 안에 갇혀서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나를 위해 새로운 씨앗을 던져두는 일입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 중 유사한 면모는 선명하고 물질화된 결과를 목표로 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분들이다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내 가족 내 집을 염려하며 살던 시절을 지나동식물과 환경과 사회를 찬찬히 살펴보시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시는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그런 분들의 소식을 글로 사진으로 접하는 것이 감사하고 보람 있고 마음을 깊이 울리는 학습이고 격려이고 위로이다.

 

그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다

이제 높이보다 거리목표보다는 범위가 먼저니까.”

 

다정한 문장들과 그림들을 계속 보며 시간을 보내니 잠시 불안이 잦아든다감사한 일이다계획을 세울 수 없는 날들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계획을 실행한 날에 다시 이 책을 읽고 싶다마음 편히 통영을 다시호심을 처음 찾아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지구도 태양도 우주마저도

멀고 먼 시간 뒤에는

차갑게 식은 채로 정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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