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사색본능
리다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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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라는 호칭을 제목으로 적은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라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성별 표현이 공문서에서조차 사라지는 추세이고이는 성별 구분이 관사와 명사에도 구분된 언어생활을 하던 유럽 언어에서도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배우들의 말이나 글을 주의 깊게 보면 'actress' 대신 ‘actor’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저자는 여성이자 배우라는 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많이 두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제목을 차치하고 우선 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텍스트로 받아서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어 내는 일이 신기와 마법처럼 느껴진다.

 

아주 특별한 공감과 표현력을 타고 나거나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재능으로 만들어내는 극한의 직업이 아닌가 싶다.

 

공교롭게도 저자인 리다해 배우의 출연작들을 아마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단한 충격을 받은 인상 깊은 연극 <하녀들>을 2013, 2014년에 두 번이나 보았으나저자가 제작출연한 최근 연극은 코로나 판데믹에 묻혀 사회 활동이 전무해진 탓에 몰랐다.

 

판데믹에 문화예술인들의 처지가 어떤지 묻기도 민망하고 어렵지만, 다행히 무척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을 잃지 않고 관조하려는 사색이 담긴 시집이라 반갑게 읽는다.

 

손바닥만 한 수첩 속에 펼쳐진 단어들이

(...)

단어 하나하나가

1, 2, 3, 4, 5, 6, 7... 정렬된 숫자가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한 문장의 메모가 세상을 가리키며

뛰어나가라고 일러준다

(...)


작은 수첩

 

탐닉하고 탐닉했어

작은 소행성들이 마음을 차지했지

행성에는 온갖 진귀한 감성이 가득했어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했던지 배에

품고 다녔어 어미 새처럼

(...)


-십 대의 탐닉

 

불안과 두려움과 가난이 덮치리란 걸

상상만 한 채

(...)

이십 년의 시절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난 그날부터

나의 짝사랑은 시작되었다

(...)

외로움을 보듬지 못한 불안 

그 이십 대는 결국 병이 들고 말았다.


이십 대에게 보내는 헌시(獻詩)

 

그렇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채울 것도 없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얼까

드러내고 웃고 울고 봐달라며 마음은 소리쳤지만

그 누가 관심을 가질까

드넓은 세상에 홀로 서 있다


길 가에 서서 노래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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