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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평점 :
기존의 철학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아주 선명하다. 담론을 반복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때론 과격하다 싶을 만큼의 전복적 사고를 펼치기도 한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람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토록 예측 불가능한 사람과는 미래를 성공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현실과 시간적으로 상황적으로 괴리가 큰 주장들을 애써 보듬지 않고,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답하고 초근미래의 철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업과 사회의 지향 방향에 발맞추어 철학적 고민을 전개하는 새로운 철학책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소통 능력이란 위계질서를 드러내지 않고도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관철하는 능력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2030년이 오면 인공지능이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인간은 판단을 내리를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선택을 내릴 수 있고, 자신의 결정에 많은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21세기에 한참 찬미한 ‘자아실현’에 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는데 나는 이 내용이 반갑기도 했다. 직업에서 자아실현을 기대하거나 실제 성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다고 자꾸 언론이 조명을 비추는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럽고 불쾌한 적이 많았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담론은 실패한 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자괴감을 유발한다.”
철학책으로서는 드물게 논점, 논증, 예시를 들어 문제점을 집요하게 시사하는 방식도 새롭다. 그래서 잘 읽힌다.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가상현실, 온라인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인간이 경험하는 다른 종류의 세계라고 인정하는 것, 그 세계에서의 행복론을 소개하는 내용도 흥미롭다.
가장 민감한 주제이자 계속 논의되어야 주제는 3장의 ‘능력주의에 대한 사고의 전환’ 파트이다. 공당의 당대표가 기초적인 수준의 능력주의에 대한 이해도 없는 발언을 침뱉듯 쏟아내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며 읽기에 좋았다.
저자의 의도가 선명해서 구태의연, 고리타분, 아리송한 기분 없이 찬반을 골고루 경험하며 읽었다.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다. 독자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동의와 저항을 느끼며 읽을 강한 주장들이 많은데, 이런 경험이 철학적 경험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철학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의 시대착오적인 기대가 오히려 철학을 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만든다.”
“쓸모 있는 철학의 역할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며 선택 가능한 해석본을 제공하는 일이다.”
토론과 논쟁으로 떠들썩해야할 책인데 혼자 읽으니 그 점이 아쉽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의 작은 대화 시간을 가지면 좋을 질문이 가득한 책이다.
"개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을까?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없이도 인간은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 방식과 접근 방법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 철학책을 읽은 후 이해되는 내용을 일상의 언어로 바꿔 말해본다
- 이해한 철학적 내용에 합치하는 일상적 사례를 찾아본다
- 자신에게 큰 영감을 제공한 철학과 대립하는 철학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