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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친구 1 ㅣ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평점 :
미스터리호러인데 주인공이 만 일곱살이라 읽기도 전에 걱정이 앞섰다. 한부모 가정, 동거남의 폭력, 도망... 도입부부터 어둡다. 소름이 쭈뼛한다. 어린 아이가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과중한 힘겨움으로 뒤틀리는 듯 불편한 분위기이다.
“이번엔 다를 거야. 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그러나 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망치는 것이었다.”
“잘못되면 안 돼. 넌 엄마를 보호해야 해.”
도망을 가는 존재들은 늘 같은 패턴을 보인다. 최종적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작은 장소로 들어가서 숨을 돌리고 머문다. 그래서 도피는 언제나 불안하고 긴장을 유발한다.
나는 대도시의 익명성뿐만 아니라 인구가 많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 사회적 관계 훈련과 합리성을 더 의지하는 편이라 소도시의 폐쇄성이 불길하다.
소설의 배경이긴 하지만 어둠으로 시각을 차단시키고 청각으로 목소리로 공포를 고조시키는 특이한 도입을 펼치는 작품이다. 소리에 민감한 나는 뇌가 긁히는 날카로운 자극을 받는다.
“머릿속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괜찮다. 어쨌든 그 소름 돋는 여자는 아니니까. 어쨌든 꿈은 아니니까.”
“제발 잠들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의 실종으로 긴장이 고조되었다가 크리스토퍼가 ‘착한 아저씨를 따라 숲 밖으로 걸어 나온’ 이후 퇴원도 하고 학교에도 가고 수학도 잘 하게 되고 복권이 당첨되어 빚도 갚고 집도 산다. 그리고 예전에 마을의 한 아이가 생매장 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착한 아저씨는…… 나한테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운 거야. (...) 말해주지 않으면 그냥 아저씨의 마음을 읽어버릴 거예요.”
꿈과 현실, 상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힘과 존재가 이야기 속에서 확실하게 등장할 것도 같고 이 모든 게 꿈과 망상인 듯도 하다.
“말해줄 수는 없고, 보여줄게. 하지만 명심해라 (...) 우리가 두려움을 삼키지 않으면, 두려움이 우릴 삼킬 거야.”
어린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포감을 맛보고, 판타지의 세계와 상상의 친구에 의지하고, 철학과 종교에 관한 체험과 사고훈련을 겪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범죄, 종교의 폐해, 정체 모를 질병까지…….
“실종된 여자아이 사진이 보였다. (...) 사진 속에 멈춰 있는 어린 소녀. (...) 미소 띤 얼굴이 겁에 질린 얼굴로 바뀌었다. 이윽고 그 애는 조용히 뒤로 돌아 사진 밖으로 달아났다. (...) 뱀 같은 여인이 바로 뒤에 있었다.”
초기에 청각적 공포가 도드라지는 설정이었다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생생한 화면을 띄우듯 묘사가 구체적이 되고 화려해진다,
“힘을 쓰면 현실 세계에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 두 가지는 늘 붙어 다녔다. 그러니까 많은 것을 살려낼수록 나는 죽어갈 것이다. 내가 쏟는 코피는 이 세상의 피다.”
스티븐 킹 스타일 오컬트 호러를 표방한다고 해서 문화적, 종교적 이해가 부족한 독자로 잘 읽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영적 전쟁과 사교에 관한한 매번 참 할 말을 잃는다. 어디라도 소속되고 싶은 욕망이란 모든 판단력을 흐릴 정도로 절실한 것일까.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혀를 잘라야 할 것 같구나”
1권에서 배경과 설정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는 편이라고 느꼈는데 작가가 준비한 세계관은 무척 방대했다. 크리스토퍼를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을 지나고 나면 더 혼란스럽고 더 재밌어진다. 대화가 많아 분량에 비해 체력이 남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최고조가 되어 폭발하는 2권까지 읽어야 이야기의 세계를 포괄적으로 구성한 메시지들을 모두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도입이 가장 무서웠다고 느꼈는데 결국 예상 못한 공들인 반전에 심장이 덜컥 크게 움직였다.
“전쟁놀이를 하는 소년들. 오로지 시간만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땅을 두고 인간들이 서로를 죽이게 하기라 얼마나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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