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자의 질문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우치다 마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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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으로 삼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으면이를 잘못이라고 한다.”는 2016년 6월 1베이징에서 체결된 미쓰비시 머티리얼 중국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사건 화해에서 이 회사의 업무집행 임원인 기무라 히카루씨가 회사를 대표해서 중국인 수난자 유족들을 대표한 옌이청(86), 장이더(88), 간슌(95딸이 대리 참석씨 등 생존 수난자들에게 얘기한 사죄문’ 중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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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사정과는 무관하고도 서늘하게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아 오늘은 광복 76년을 맞는 날이다홍범도 장군은 유해로 101년 만에 귀국하신단 소식을 듣는다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원이 일본 극우와 부당거래를 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아베 전 수상은 올 해도 전쟁 범죄자들이 봉안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두터운 비구름보다 어둡고 차가운 현실이다.

 

양국 간에 쌓인 원한으로 따지자면 한국 못지않은 중국과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 해결을 보았다는 내용을 만난다피해 규모는 한국이 훨씬 크지만 극우보수가 장악했을 가능성이 큰 일본 법정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 한편 반갑고 다른 한편 고통스럽다.

 

일본의 극우보수 정권이 거침없이 한국을 모욕하고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배경에는 돈 받고 자국민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국정원과 같은 행태를 내내 해 온 이들이 있을 것이다.

 

“X년 팬티까지 뒤지라 해!”라는 반감과 적의가 가득한 지시는 일본 극우가 아니라 한국 국정원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일본 공항에 도착한 위안부 진실 규명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속옷은 모욕을 주라는 목표에 충실하게 모두 공개되었다.

 

일본인 변호사이자 지식인인 저자 우치다 마사토시는 중국 강제동원 피해 해결을 주도했던 변론 당사자이며한국의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도 역시 해결 가능하다고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어쩔 수 없이 일본 극우의 자금을 받아 <반일 종족주의> 따위를 출간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장하는 이들학자의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불쾌하게도 떠오른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요정에서 일본전범에게 술과 요리를 접대하고 한국 육군 사열식까지 받게 해준 박정희 정권의 실세 김종필도 떠오른다.

 

“ 청구권협정에는 무상 3억 달러당시 환율로 1,080억 엔 상당의 금액을 (...) 10년에 걸쳐 분할되어그것도 현물 지급’ 형태로 지급됐습니다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 등의 국내(일본)기업으로부터 플랜트를 사서 이를 한국에 제공했습니다이처럼 청구권협정은 일본기업에 이익을 안겨주는 일석삼조의 협정이었습니다배상금 지급이 모두 이런 현물배상 형태로 이뤄짐에 따라 일본기업들이 다시 아시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던 것입니다.”

 

식민지 당시 친일파들은 할 수 있다면 조선인의 피도 모두 갈아 바꾸고 싶다 했다던데광복일 이후 내내 온존했던 친일파들의 행적과 그들의 후손인 21세기의 친일파들 역시 그런 심정으로 황국신민으로 제 머리를 조아리며 살고 있는 듯하다.

 

사는 일은 늘 어려운 일투성이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것들 중 하나인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하고 정리하지 못한 시간은말끔하게 제거하지 못한 종양처럼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현재에도 끈질기게 사회와 사람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한다.

 

일본 국내에서 예전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나아가 미화하려는 세력이 시종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근년에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이는 피해국 인민에 대한 또 다른 가해이며일본이 아시아 이웃 나라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동으로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들이 더러운 거래로 얽혀 양국 모두를 망치고 있다일본의 길거리 극우단체들이 한국의 태극기 집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다애서 찾아 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미움과 혐오로 자칫 감정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는 저자이고 책이라 마음을 다독이며 감사히 읽는다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오류를 일본이 변호사가 파헤치고 해법을 제시하는 귀한 내용이다.

 

-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은 애초에 재검토되어야 할 협정

 

한일 청구권협정은 미국의 압력 아래 한국 측이 일본의 식민지배 청산 문제를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응해 이루어진 것입니다일본 측에서 보자면 싼값에 식민지배 청산 문제를 처리한 것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약은 국가 간의 외교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는 권리(과거 일본 정부도 인정)

 

“1991년 8월 27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은 시미즈 스미코 의원의 질의에 대해한일 청구권협정의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라는 구절의 해석과 관련해 이는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지니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서로 포기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이른바 개인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에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 해결 방식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에도 적용 가능

 

“‘화해에는 다음의 3가지가 불가결합니다① 가해자가 가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피해자에게 사죄한다② 사죄의 증표로 피해자에게 화해금(실손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음’)을 지급한다③ 장래에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역사교육구체적으로는 수난비 건립수난자 추도사업 등을 진행한다.”

 

한국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에서 언급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관한 거짓 주장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비판

 

일본의 한국인 징용자들은 강제 동원된 적이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1938년 국가총동원 체제가 만들어진 뒤 처음에는 모집’, 다음에는 관 알선’, 마지막에는 징용이라는 형태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일본에 강제 동원한 것이 맞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후의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해 본래는 졌어야 할 전쟁 배상 의무와 식민지배 배상 의무를 모면해왔다. (...) 일본은 강제징용의 역사 자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 한국은 이 아니며약속을 지키지 않는 쪽은 일본이라는 것 (...).”

 

- 한국어 판에는 당시 조선인의 현실에 관한 일본 측 자료들 인용

 

합병 뒤인 1912년에 발령된 토지조사령은 조선인의 토지를 큰 뱀처럼 삼킨 교활한 법령이었습니다. (...) 토지조사령으로 무주지無主地(주인 없는 토지)’가 된 땅은 총독부가 취득해서 조선에 이주해온 일본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토지를 빼앗긴 수많은 조선인들은 유민이 돼 결국 일본 본토로 흘러들어갔습니다이것이 강제징용자의 기원이 됐습니다.”

 

일독으로 다 배우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자료에 충실하고 논조가 선명한 글이라 내용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관련법들증인증거역사적 자료들이 충실하게 제시되니 잘 아는 사실은 확인하고 잘 모르는 사건도 더욱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도 노력이 즐거운 것은 사실성을 충분히 갖추었고 신뢰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는 반가움 때문이다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부정의함에 폭력에 전쟁이라는 범죄에 전후 이어진 관련 범죄와 협잡들에반성이 없는 범죄자들과 그걸 정신적 유산으로 자랑스럽게 이어받은 이들의 뻔뻔함과 무참함에 분노하며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일본인들을 미워하고 혐오하지 않으려 힘껏 노력할 것이다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오늘 새로 생긴 이유도 있다대통령 연설 중에 1945년 816일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이 우리 동포를 향해 한 방송연설이 언급되었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8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연설 중에서.

 

이 책을 읽고 우리가 겪은 근래의 시간을 몇 해 되돌아본다.

 

2018년 1030일 한국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제철 원고가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무슨 의미인지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한지 무척 궁금했다무려 1941~43년 일본제철 공장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을 하며 임금을 받지 못한 엄청난 임금 연체 사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만 -을 이 판결을 계기로 자세히 알게 되고 목록에서 계속 밀려난 현재도 마무리 되지 못한 근현대사에 대해 다시 관심을 나눴다.

 

일본제철은 배상금 지불을 거부했고 법원은 한국 내 일본 제철의 자산을 압류했다일본 정부는 그것을 기다려온 절호의 기회인 양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나섰다문재인 대통령은 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제외 결정에 대해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어려움이 더해졌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물 밑 작업으로 무마하고 거래하는 외교가 아니라 대통령의 연설로 외교의 방향을 제시한 일을 처음 목격한지라 놀라고 떨렸다그 덕분에 관심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다 이제까지 모르던 민간외교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되었다한일 양국만이 아니라 한중일 삼국에서 우호적인 민간 교류와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은 길게는 40년간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러니 요란하고 목소리가 큰 폭력적인 이들에 겁을 내고 위축될 필요는 애초에 없을 지도 모른다세상에는 늘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문제를 똑바로 보고 옳은 일을 옳다고 하고 이해와 우호와 협력과 연대에 힘쓰는 이들이 많다그리고 이런 활동에 국적은 문제가 안 된다.

 

저자에게 깊이 감사하며 마치려한다생각도 감정도 복잡한 날이라 그것을 동력삼아 읽고 쓴 어수선한 글이 이 책의 함의를 흐렸을까 염려한다.

 

이 책의 주제는 역사에 유린당해온 개인들에 대하 위로와 사죄배상보상에 관한 것입니다코로나19로 인한 보상을 논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모색하는 마당에 과거를 직시하며 역사에 유린당해온 사람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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