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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뇌 발달과 미래력을 만든다
한재은 지음 / 드림위드에스 / 2021년 6월
평점 :
판데믹의 굳이 찾아보는 장점이라면 독서 시간이 늘어난 것일까요. 가족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얘기하는 시간은 확실히 늘어난 듯합니다.
특히 겁도 많고 걱정도 별난 우리 가족은 더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아파트에 확진자가 나오기도 하고 잘 가던 식당에 확진자 방문 소식도 들리고 하니... 불안을 견디며 외출을 하느니 실내 활동을 다양하게 해보자, 로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TV 보는 것, 온라인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동안 영화 찾아보느라 TV 구매 후 가장 많이 사용한 듯합니다. 새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이 다행이고 안심이었던 2년의 세월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어른들은 각자 알아서 읽고 누가 조언하기도 애매하고 불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독서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굳이 지도 안 받아도 그냥 잘 읽고 별 문제 없었던 것도 생각나긴 합니다만.
의무교육제도가 미비했던 제 학창 시절에도 중, 고등학교 상황이 너무 싫고 답답해서 자퇴하고 검정고시 봐도 되냐 물으면 부모님이 늘 네 뜻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 했을까, 이제 와서 궁금하네요.
마음이 아파서 학교 가고 싶지 않다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나중에 개근상을 한번이라도 받고 싶어 자발적으로 열심히 등교한 해도 있었습니다.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소중했지요.
세대가 바뀌었지만 집 안 분위기는 공공교육만이 답이라고 강요하는 건 여전히 아니라서 - 그런데 왜 가족 모두 모두 공교육 과정을 다 착실하게 마친 사람들인가 -, 지금 십대인 아이들이 무언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은 날에는 간혹 묻기도 합니다.
학교 다니고 싶지 않으면 다니지 않아도 되냐고. 대답은 옛날과 같이 리버럴합니다. “네가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 그 반발일까요, 아이들이 엄청 학교를 성실히 다닙니다. 간혹 염려스러운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그래서 독서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세상을 한 눈에 파악하고 반드시 옳다는 한 가지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은 아주 위험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으니까요.
성적이나 입시 교육과 연관 지어 효율성과 성공률을 노리진 않습니다. 수능 시험은 짧은 시간 많은 독해력이 필수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독서를 권하지 않습니다. 자기 속 짚어 남 속, 역지사지에 담긴 뜻을 좋아해서인지, 누가 권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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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독서에 기대하는 바는 큽니다. 어쩌면 욕심이 지나친지도 모르겠습니다.
- 독자의 정서의 깊이가 깊어지길,
- 타인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생기길,
- 억지로 배우는 거 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통해 관계 맺기에 대해 배우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커지길,
- 누구에게 묻기 힘든 고치고 싶은 점들을 혼자서 고쳐볼 격려와 힘을 얻길,
- 무엇보다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길.
그리고 가능하면 때로는 꼭 필요한 경우에는
- 긴 호흡으로 끈질기고 솔직하게 장편을 읽듯 현실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고민하길.
아이들이 한참 어린 시절, 저녁 시간 책들을 골라 돌아가며 서로 읽어 주고 함께 크게 웃던 그 시간이 종종 그립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시대에도 멋진 책들이 많아 참 다행이고 늘 감사합니다.
“책을 큰 소리로 읽어 주는 것(Read Aloud)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고 언어나 어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소리 내 책을 읽어 주면 언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 데이비드 피어슨 교수(버클리대 교육대학원장)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 준 아이는 주위 모든 언어에 대해 이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도 훨씬 풍부하게 발달한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인지신경과학과 매리언 울프 교수
7월에 수업 시간표를 함께 보다 뜻밖의 표현을 들었습니다. 화요일 시간표를 보면 ‘깊은 탄식’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감정에 공감해 주지 못하고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아이는 힘든데 나는 무척 재밌었음을 고백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한 과목에 대해 ‘참담한 기분’이라고 해서 사전에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평소에 써 본적이 없는 단어라서 언젠가의 독서에서 만난 단어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일상에 멋지게(?) 활용되니 눈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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