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내용 이야기하기 전 남기고 싶은 표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은 표지 코팅이 없습니다.

반짝반짝 띠지도 없습니다.

책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사용되는지

책들로 가득한 서재에 오래 머무르면 건강이 나빠질 거라 합니다.

 

인간의 건강만이 아니더라도

책 만드는 일이 환경에 무감하면 더 서글프지요.

마케팅출판업계 사정도 모르는 철없는 소리인가요.

20년도 더 전부터

먹고 사는 게 중요한데 쓰레기 치우는 소리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

.


각자가 가진 말을 거르는 체의 형태와 기능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글은 말을 한 번이라고 걸러서 나오는 기록물이다이렇게 쓰니 생각나는 대로 적고 오타도 잘 못 보는 글을 매일 쓰는 입장이라 뭔가 깊이 찔리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즉 글이 보관되고 반복되는 것에 비해 말은 휘발되고 일회성일 경우가 더 많다.

 

비교적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말은 발화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 준다영국인들은 첫 단어의 발음만 들어도 그 사람의 계급을 알 수 있다고들 하던데처음 그 말을 비웃던 나는 시간이 지나 계급 이상의 것을 알게 되었다발음억양어조자세태도분위기... 우리는 전 존재로 자신의 정보를 밝히며 산다.

 

우리는 언어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나방이다태어나자마자 따라야 할 말의 규칙들이 내 몸에서 새겨진다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언어의 찐득거리는 점성을 묽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점점 더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는데아주 좁은 영역에서 살며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던 내가 여러 사회 경험을 하면서 나이와 더불어 경험이 늘어나 보고 듣고 판단한 자료가 늘어난 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쁘게(?) 지적받고 배운 점은 내가 만들어 놓은 언어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이다맞춤법보다 우리가 쓰는 말에 더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아직도 동의하는가에 대해서는 미결정의 상태이지만 이런 주장이 분명 반갑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겐 말을 비틀거나 줄이거나 늘리거나 새로 만들어 쓸 권리가 있다.”

 

이 책의 제목 <말끝이 당신이다>는 동감하는 동시에 자기반성 모드로 읽어야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사적인 관계에서는 합의한 당사자들만 좋다면 의례적인 말끝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가령 반말 사용이 무례가 아니라 친밀감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그나저나 낮춤말높임말 이런 언어는 언제나 바뀌려나희망이 없는 건가... 문득.

 

말끝이 친밀도관계의 성격위계권력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가만 생각해보면 글이 입말에 가까울 때 나는 말끝이 더 길어진다. ~습니다, ~않을까요 등등그건 친구들과 떠들 때 외에는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왜 반발이 당연한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더구나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라면.

 

그 외에도 대중매체의 발달로 말끝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일축약해서 쓰는 말들이 의미 전달이 어려운 점 등은 가능한 자주 유의해야 한다여러 해 전이긴 하지만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KBS MBC SBS YTN JTBC 이런 방송국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를 대화에 사용하고 표기하는 일은 옳은 일인지 뒤늦게 자각하고 놀란 기억이 있다현실은 아주 다층적으로 심각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언어를 파괴한다는 항의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호소가 있지만 축약어 만들기를 막을 도리가 없다말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말을 말답게 잘 사용하지 못한 일화들이 없지는 않다근무처에서 받은 전화에서 상대방이 아무 말도 안 하기에 왜 말씀 안 하시냐 했더니 자동응답기인줄 알았다고그렇게까지 인간미를 없애고 기계처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선거 준비로 말들이 떠들썩해지고 있다이전에는 잘 들리지 않던 말들도 미디어가 활성화된 덕분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반복해서 찾아 들을 수도 있다정치인이 되겠다고더구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은 위계에 익숙하고 어느 조직이든 권력의 최상층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더구나 관료로 오래 일한 이들은 여지없이 삶을 말로 태도로 드러내보이게 된다천재 연기자가 아니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연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이런 이들이 진심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국민을 섬기는 일을 하겠다고 한껏 겸손을 표한다.

 

내용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살짝 들어본 그들의 말은 실망스러운 점들이 꽤나 벌써 많다한글 사용도 오류가 많고 말하는 법도 참 미숙하다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생활의 결과인가자꾸 스스로 찔리는 부분이 많이 평하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사실 가장 놀라고 걱정되는 것은 이전에도 언급한 문해력literacy이다한글이 배우기 쉬운 언어라 글자는 다 알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한국 고등학생들 문해력 수준이 20% 내외라고 해서 무척 충격적이었다장문의 글을 못 읽고 읽더라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스마트하게 제목사진영상만 누리고 사는 탓일까.

 

나도 아주 늦게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지금도 하는 중이고 진전은... 만족스럽지 않다그래도 한편 아주 쉽게 어휘 공부도 할 수 있고좋은 글들도 찾아 읽을 수 있고원하면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필사도 할 수 있다말끝이 자신을 나타낸다고 공감하는 이들은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말끝을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과 보람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잘 몰랐던 김진해 저자는 자신의 글을 집중력이 가장 좋은 800자 내외로 다듬기 위해 노력을 치열하게 하신다고 한다내용의 순도와 더불어 형식의 정제성도 뛰어나리라 기대한다주제와 더불어 어휘들을 함께 공부할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늘 그렇듯 100분의 1도 소개 못한 내용입니다. 풍부한 주제와 멋진 글이 가득합니다.


...................................................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말을 덧붙입니다.

 

O린이장님벙어리귀머거리절름발이, ~장애암유발(암 걸릴 뻔), 병맛사춘기냐갱년기냐보통은일반적으로세상은원래그걸돼지야개야닭이야등등 그 외 단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욕설과 비속어들.

 

힘껏 기억해서 같이 줄여 나가면 좋겠습니다기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