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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휴식 - 32인의 창의성 대가에게 배우는 10가지 워라밸의 지혜
존 피치.맥스 프렌젤 지음, 마리야 스즈키 그림,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평점 :
‘워라밸’이 회자되는 대로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 해도 제시되는 그런 방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무환경 탓이 아니라 당사자 개인이 그런 식의 삶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이란 어릴 적부터의 성장 과정과 학습 방법 그리고 사회화 과정 등등 여러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형성된 퇴적물과도 같습니다. 고유한 결이 있지요. 어느 순간 갑자기 바꾸려면 지각 변동처럼 외부에서 적응할 도리밖에 없는 강력한 압박과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저 푹 쉬어야 한다는 강박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좋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여가활동을 억지로 만들어 해보느라 되레 스트레스만 받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혼탁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멍때리기도 낮잠도 못하는 저는 하루 일과가 다 끝나야 등을 바로 대고 눕습니다. 그 순간의 행복감과 안도감은 비교할 쾌락이 없을 정도입니다. 얕게 쉬던 숨도 아주 깊이 천천히 쉬게 됩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명상과 요가와 호흡법이 그때 동시에 이루어지지요.
그래도 잘 쉬는 법은 중요하고 버릇이면 더 좋고 의식적*으로도 어떻게든 쉬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복잡하고 괴로운 생각들을 피하려는 의도로 차라리 몰입해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슬슬 도망치는 버릇이 있는 저는 그런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 이 책의 원제 TIME OFF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는 것. 의식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는 행동. 삶에 분명한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에릭슨의 실제 연구에는 매일의 의도적 연습이 효과적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루에 투입해야 할 이상적 시간으로 4시간을 제시했다. (...) 4시간의 집중을 완수한 후 낮잠이라는 강력한 부화 도구를 활용한다.”
어렵네요. 하루 4시간 집중해서 일하고 낮잠을 자는 방법은 제게는 막막한 제안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활동은 조용한 성찰에서 온다. (...)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준비와 부화의 주기, 밀물과 썰물처럼 일에 임하고 일을 내려놓는 것 (...).”
노력 중이고 주기가 상당히 선명하다고 느끼지만... 재택근무 시 완전 엉망이 되는 지옥과도 같은 경험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역시 저는 의지가 약해서 환경이 중요한 유형인 듯.
“평정심을 추구한다면 더 적게 행하라. (...) 더 적게 행하되 제대로 행하라. 우리가 행하거나 말하는 것은 대부분 본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매 순간마다 ‘필요한 일인지’ 자문하라.”
늘 의문이었던 것이 암기력과 창의성이 과연 서로를 망치는 대척에 선 관계인가 하는 교육계의 호들갑스러운 교육개정안이었습니다. 창의성이 학교 교육으로 배워서 되는 일인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무려 AI시대라 인간은 더욱더 창의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난감한 제안입니다.
“전략은 지식 근로의 핵심이다. 어떤 전략을 창조하고 업그레이드하려면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 둘 다를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거의 모든 업무는 진행 과정에서 이 두 사고를 요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무척 당연한 제안처럼 들립니다만.
“책상 앞에 앉아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 사무실 밖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족과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다.”
상생을 위해 가치를 재구성해야 할 것들은 무척 많을 듯합니다. 문제는 개인의 인격 수양 단계를 벗어나 사회를 재편성하는 데에도 실질적 활용이 가능한 방법들을 진심으로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이겠지요.
효율성, 기능주의, 결과주의를 과연 얼마나 유예하고 참을성 있게 미래를 지켜볼 수 있을까요. 간절히 바라는 일이지만 기성세대로 사는 탓인지 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서글픕니다.
이 책에서는 무려 32인의 대가들 - 아리스토텔레스, 러셀, 베토벤, 차이콥스키, 키에르케고르, 우디 앨런, 마르무스 아우렐리우스, 스토아학파, 세스 고딘, 곤도 마리에, 성 토마스 아퀴나스, 헤르만 헤세 등 - 을 소개하며 타임오프 방법들을 예시해 줍니다.
무척 좋아하는 분들도 계셔서 반갑지만 시대와 환경과 업무가 다르니 얼마나 적용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두 개 정도 흉내 내보고 싶은 방법들을 만나 조금 즐겁습니다. 결과는 저만 아는 걸로!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으라. 타임오프와 마찬가지로 관건은 우리의 시간과 주의력을 어떻게 쓸지 자각하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신중히 평가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상당한 가치를 보탤 때에만(그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정하는 주체는 우리다) 도입해야 한다.”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