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 - 바이올리니스트의 인생 플레이리스트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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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이긴 하지만 시작도 기억 안 나는 피아노와 동기도 기억 안 나는 첼로 연주를 배우던 때를 지나쳐 이제는 연주를 해보려 해도 전생의 일인 것처럼 손가락이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다행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이어지고 있다.

 

연주를 배운 것은 음악 감상에 있어 확실히 상상력을 더 키우는 것만은 분명하다몇 년 간 현악부였고 관악부와 협연을 하기도 했으니 연습 시간연주의 느낌 그리고 마침내 발표 당일 무대 위의 심정이 내 경험으로 남아 있어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독주 파트에서 현이 한 줄 풀어진 그 날...은 지휘자의 당황한 눈빛과 더불어 잊을 수가 없다. 5학년 꼬맹이 치고는 태연하게 그 줄만 건드리지 않고 연주를 끝까지 마쳤으니 어릴 적부터 무감해서 태연한 면은 없지 않았다.

 

김수연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이고<Fun한 클래식 이야기>로 반갑게 만났던 분이다연주자가 저자인 클래식 서적이 좋다지난달에 피아니스트 저자의 책을 읽고 추천 목록에 무척 감동했던 기억도 있다.

 

알던 곡도 시공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들리고소개하는 사람에 따라발견(?)해서 들려준 이야기에 따라 더 재밌고 새롭게 흥미로워진다이 책에는 저자의 에세이가 함께 담겨 있어 음악과 일상을 오가며 무척 편안하게 음악을 듣기에 참 좋은 구성이다



주말이라면 이런 음식과 함께 [부드럽고 달콤하게] [오감만족] [와인 한잔]이라고 적힌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좋다.

 

이탈리아로 휘익날아가는 여행을 책 속으로 떠날 수도 있고저자가 사진으로 담은 디저트들이 생각나면 브라우니를 크게 한 입 먹으면 견딜만하다다소 내 계절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멋지고 설레는 브람스와 오래 들으면 서글퍼지는 슈베르트의 가곡들이 흐른다.

 

더워서 머리가 어찔하고 지끈거리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소품집 <사계>를 읽고 듣는다나는 늘 10월과 12월이 좋았다저자가 엄선해준 연주자들 중엔 덕분에 처음으로 찬찬히 들어 보는 이들도 있어 독서도 음악도 이렇게 좋은 계기를 만나 편향을 벗어나는 일이 신난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타가 추천한 피아졸라 겨울 바이올린 영상은 피아졸라를 알고 지낸 지 오래지만 아직 친한 사이는 아니예요만 반복하던 관계를 진전시켰다엄청 좋았다.

 

어떻게 보면 삶이라는 악곡에서도 리타르단도’*가 필요합니다앞만 보고 달리던 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 보니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것이 보이고굳어진 마음에 조금씩 자리가 생기는 기분입니다.”

 

리타르단도(Ritardando): 악곡의 중간이나 끝부분에서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표현법곡의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마지막 부분에서 끝을 멋지게 장식할 때 사용한다.

 

한 번에 몰입해서 독파라기보단 원하는 음악을 고르고 관련 이야기를 읽고 편안하게 잠시 음악을 감상하는 용도로 멋진 책이다오래 곁에 두고 문득 펼쳐 볼 수 있는 읽고 이별하는 책이 아니라 상주하는 벗이 되는 책이다.

 

30여 년간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아온 저자가 만난 음악과 삶의 다양한 면면들고민들감정들저자마의 고유한 통찰들이 부족할 리가 없다나도 혹시 피아노를 계속 했다면 40년이 넘었을 것이고첼로라면 4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니그럭저럭 동시대의 감성과 추억을 나누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점심을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매일 고생을 한다고 하는 문장은 완전 공감한다그래서 나는 점심에 익혀서 요리한 뜨거운 음식을 배불리 먹지 않는다먹지 못하는 것인가..주중에는 거의 언제나 샐러드나 샌드위치무척 사치스런 기분이 들 때나 도저히 힘이 안 난다 싶은 날에는 하루 한 잔 원칙을 깨고 커피를 함께 마신다


그래서 잠이 번쩍 깨고 정신이 차려진다고 추천해준 곡을 웃픈 심정으로 그러나 감사하게 들었다에효...

 

https://www.youtube.com/watch?v=mUQHGpxrz-8


책은 그 자체로 완벽한 발명품이지만 유튜브로 바로 음악을 찾아 들으며 읽을 수 있는 클래식 관련 책은 대단한 콜라보이다. 물론 심신을 모두 성장(盛裝)하고 공연장에 가서 완전히 집중해서 특별한 시공간에 빠지는 일방음 처리된 공간에서 스피커를 켜고 가장 사랑하는 연주자의 곡을 골라 플레이하고 즐기는 일 모두 다르고 좋은 감상이다.

 

나는 자기 전에 읽고 끌리는 곡을 플레이하고 누워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등을 대고 눕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음악까지 더하니 아주 아주 행복했다. 90여 곡이 있으니 행복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특히 바순 연주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 듯 편안한 연주였다내 장례식에도 바순 연주를 틀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루가 끝났구나삶이 지나갔구나편하다좋다.’

 

진행 유튜브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

https://www.youtube.com/watch?v=ykaibJLu-Tc&list=PLEtzwoKCOhECcVXNaIeJEiIgbYCr2VWkR&index=4


운영 유튜브제이클클

https://www.youtube.com/channel/UCZ2uaxyslcbBWNUx1BKhz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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