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흥얼 흥부자 고래책빵 동시집 20
이준관 지음, 윤지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의 흥얼흥얼’ 과 흥부자란 단어가 낯설어서 고지식한 버릇대로 사전을 찾아보았다두 단어 모두 사전에서 찾을 수 있어 조금 놀랐고새삼 한국어 어휘가 빈약하다는 반성을 한다. ‘흥얼흥얼이란 표현을 사용해 본 기억이 안 나니 삶에 이라곤 없이 사나 보다.

 

흥얼흥얼  [부사]

1. 흥에 겨워 입 속으로 계속 노래를 부르는 소리또는 그 모양.

2. 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입 속으로 자꾸 지껄이는 소리또는 그 모양.

 

가족 모두 동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좋아한다가끔은 낭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려서 엉뚱하게 웃음 포인트를 만나기도 한다.

 

이준관 저자는 신춘문예로 등단 후 평생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시를 쓰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하고무려 50년을 그렇게 사셨단 한다그 시간의 결에 담긴 것들이 동시 말고도 다양하겠지만 시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80편이라도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은 시집을 열어 반가운 그림과 더불어 재밌게 읽어 본다아이들을 상상하고 읽는 동안에 마음이 아이처럼 즐거워지니 매번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는 뭐 관행 정도로 굳어진 순서가 있어서 각자 읽고 제일 마음에 드는 시 낭독하고 필사도 하고 아주 특별하게 뮤즈가 함께 하시는 날에는 시도 지어본다.

 

동시란 시 중에 가장 맘 편하고 즐겁게 지을 수 있고 그래서 재밌고 행복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이 꽤 등장한다오래 전부터 미리 염두에 두고 가족 시집을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겠다 싶기도 하고그랬다면 직장 작파하고 일인출판사의 길로 접어들어 불면과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을 동시에 해본다.

 

가족들이 지분(?)이 없는 블로그 글에 자신들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내 마음에 든 시 두 편을 소개하기 위해 올린다단어만 보아도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반가운 시인의 시로도 잘 알려진 제목 [풀꽃]이다.

 

 

나비는 향기만 맡고 가지 않겠지만,

제가 취할 것을 취하고도 꽃을 다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꽃이 바라는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주니,

참 평화로운 관계이다.

 

나는 꽃을 꺾지 않고 잘린 꽃을 사지도 않지만

간혹 꽃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더 어리고 이해가 미숙할 적엔

죽어가는 시신을 받은 듯 불편한 기분이 들었고

 

늙어 가던 어느 날 부터인지

키워서 새벽부터 포장해서 보내준 이의

마음을 먼저 느끼게 되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 시를 읽고

아주 선명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어린 날 언젠가 전깃불 나간 밤을 맞아

잠깐 놀라고 뭔가 신나던 시간의 느낌이 떠올랐다.

 

뭘 했지뭘 했을까?

까만 밤하늘을 쳐다봤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나?

누가 누가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그랬나?

 

잠들지 않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도 매일 더 피곤해졌다

빛공해라는 말을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놀란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 ‘를 만나 놀란 이들의 얼굴들이,

있던 오래 전 그 풍경이 생각난다.

 

약 46억살 지구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