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쓸모 - 자기기만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화적 이유
샹커 베단텀.빌 메슬러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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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지기능에 대한 사례와 실험을 읽을수록 얼마나 속고 사는 것인가 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절대로 속지 않겠다라며 살고 싶지만 <월든>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일 테고열심히 속이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근거에는 나 스스로의 자기기만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어 본다.

 

기막히고 억울하기도 하지만살다가 왜 저럴까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막막한 기분도 해결될 때가 있으니 분명 순기능이 있다.

 

그나저나 자기기만 기능이 애초에 탑재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 생각해보다…… 혹시 사실과 진실만 받아들이고 살기엔 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적당히 기만 당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과 격려를 삼았나 하는 생각에 무척 서글프고 애틋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완전 사견짐작입니다.

 

사기를 친 가해자를 편들고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관절염이 호전되고 하는 것은 사기꾼인지 모르고 장기간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느낀 애정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모든 게 잘될 거라는 의사를 말을 믿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슬프다


더욱 기막힌 것은 기만과 자기기만 모두 종종 양쪽이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 가장 잘 발휘된다고 한다.

 

위에 짐작한 것과 조금은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다저자는 자기기만이 '불안을 잠재우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인지하고 사는 인간으로서는 그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피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자기기만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중에는 피라미드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이 포함된다고 본다즉 피할 수 없는 진실을 피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온 유구한 흔적.’

 

읽는 내내 크고 작은 충격과 깨달음의 연속이다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수많은 '자기기만인지 모르는 일이라고 자기기만하고 살아온' 삶이 쟁그랑 - 곧 다시 복구되겠지만 - 어쨌든 박살이 난다.

 

예를 들어


잘 잤어? (...) 주말 잘 보냈어요? (...) 우리가 이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의례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는이 말들에 담긴 자기기만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돈독한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저는 늘 진심이었습니다만... 

그조차 스스로를 기만한 것일까요... 

위에 언급했듯 기만한 자조차 기만이라는 걸 모를 때 가장 잘 작동하는 뇌기능이라니……

이제 저는 무슨 말을 하며 사나요…….

 

수억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자기기만과 이야기를 정신적으로 활용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이어갔고그 결과 우리의 정신이 이야기와 암시상상력과 자기기만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 자기기만의 효용이 결국에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합했다. (...) 가장 과장된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즉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기만에 빠진 부부가 제일 행복하다.”

 

어린 시절 <Newton뉴턴>과 더불어 내게 무척 권위 있는 영향을 끼친 <Nature네이처>에서 평가한 책이라 신뢰를 가지고 읽었는데내 기준에서 점점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가는 논점들을 만난다낭패감을 느끼려는 순간에저자가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더한다.

 

우리가 온갖 형태의 자기기만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우리가 자기 가정공동체이 지구의 안녕에 신경을 쓴다면어려운 질문을 제기해야만 한다는 말이다즉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철학과 심리학의 주제처럼 오래 다뤄져 왔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쨌든 뇌를 거쳐 기능하는 것이다몬트클레어 주립대학 연구자들이 이런 자기기만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를 분석했는데내측전두엽이 긍정적인 환상과 높은 자존감을 촉발시킨다고 한다일시적으로 뇌기능을 못하게 하는 실험 내용은 상당히 무서웠다.

 

이에 더해 뇌졸중이 우반구에 오는지 좌반구에 오는 지에 따라 인지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우반구는 한계를 잘 인식하고 좌반구는 자기기만적 경향이 있어 스스로 통제력이 있다고 여기고 싶어 하는 비현실적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로 누군가는 억지를 쓰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뇌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이 멋진 외피를 두른 평범한 물에 어리석게도 많은 값을 치른다면멋진 포장을 벗겨낸 천재 역시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뇌기능이 확장된 현실을 살펴보면 착각이라는 자기기만이 좀 더 아슬아슬하고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개별 인간의  뇌가 기만이라는 왜곡체계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현실이 이런 뇌의 체계에 따라 다시 왜곡되어 있다. 즉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고안된 편향이 존재한다이런 편향을 믿는 이들이 많아지면’ ‘역사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다시 한 번 저자의 질문을 상기해본다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일독으로 정답을 일상에 모두 적용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이 질문은 열심히 기억해 보려 한다과학적 발견이란 사는 일을 무척이나 힘겹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길 체력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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