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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살아보기 - 물과 불의 나라 ㅣ 태원용의 여행이야기 5
태원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한 달 살기’가 아니라 4년이나, 가족과 함께 머물르기도 하고 혼자 살아보기도 했다는 점이 특별했다. 예전엔 세계 지도나 지구본 꺼내 놓고 보는 것을 즐겼는데, 생각해보면 나라명만 익숙하고 아는 것이라곤 이미지와 편견 밖에 없는 곳들도 많다.
“지도를 보면 기분 좋아진다.”
유힉시절 만난 다정한 선배이자 친구인 에드윈은 필리핀이 고향이었다. 원래 이름은 블롱블롱, 다들 그 이름이 훨씬 좋다고 말해 당황하기도 했다.
한국이라면 도지사였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동생들과 어머니 부양을 위해 영국에서 호텔 도어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데, 주말 일한 대가가 필리핀 한 달 월급보다 많다고 하여 여러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들게 한 사연도 기억이 난다.
필리핀에 대한 내 지식은 블롱블롱 선배, 마약과도 같았던 말린 망고, 스페인 식민지였고, 카톨릭이 대부분이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경제적 등락이 심한 20세기의 일면뿐이다.
지금은 궁금해도 방문할 수 없는 시절이라, 여행기를 통해 어떻게 사는지 반갑게 보고 배운다. 책 속 한정 여행이지만 그래도 즐겁고 다르게 비슷하게 사는 이야기들에서 많이 배운다.
물과 불의 나라라고 하셔서 관련 내용을 먼저 찾아보고 싶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갈 수 없는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어 여행 계확 준비부터 차근차근 다 읽게 되었다.
현지와 현지인들과 분리된 일상이 아니라 밀착되어 살아가신 이야기들이 부럽고 재미있었다. 일상 생활 가이드북처럼 과일, 관광, 쇼핑몰 정보도 있고, 한인 교회뿐만 아니라 현지인 교화와 의료 선교, 원주민 봉사 등 쉽지 않은 참여의 이야기도 담겼다.
“마닐라 동물원 - 생명체는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가던 곳만 가게 되고 익숙한 곳만 그리워하면 여행한 판데믹 이전 시절이 좋지만 살짝 아쉬워지는 여행기이다. 나도 새로운 곳, 새로운 경험에 생각보다 앞선 행동으로 과감하게 도전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발 길 닿은 것마다 선물이었다.”
이 문장이 좋다. 나도 여행 당시 늘 다정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기억이 가득하니까. 국내에서 언론 보도에 노출되다보면 세상살이가 두렵고 끔찍하고 절망적인데, 여행을 떠나면 세상엔 늘 좋은 사람들만 가득하다는 상반된 느낌을 받곤 했다.
내가 특별히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높은 확률로 마주쳤다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놀랍고 아름다운 세상, 그만 망가뜨리고 수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만 사라지면 더 아름다워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한없이 서글프다.
“필리핀 교과서 종이는 거칠지만, 지구 환경에는 좋다.”
- 아무리 식민지였다지만 스페인 황태자 이름 필리페가 국명이라니...
-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여기도 점령했구나... 미국이 한국에 점령군으로 온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지금에 와서 분노하거나 부끄러워할 일도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일 뿐입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1800180004617?did=NA
- 여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시간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낙엽처럼 쌓이는 것이다. 한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