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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평점 :
여름에 읽는,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미스터리 스릴러는 내게는 오락으로도 최고의 독서이다. 수상작이라니 간혹 미로를 헤매다 기운만 빠지는 그런 작품은 아닐 듯해 안심(?)을 하며 읽는다. 일단 ‘네 번째’라고 하니 시간과 사건이 중첩되는 구성일 거란 짐작을 해본다.
유난히 무화과 익어가는 향기 진동하고,
은빛 병어가 그물에 다닥다닥 꽂힌 채 입을 벙긋거리고,
백중사리 때맞춰 늦태풍이 올라온다 소식 들리면
바다와 땅, 바람과 달이 공모해
이곳 사람들을 흥분시켜 사람 하나를 잡고야 만다.
마을 사람이 죽지 않으면 파도가 죽은 이를 실어다 놓는다.
2세대의 삶을 지나는 동안 여러 인물들 사이에 일어났던 비밀로 숨겨뒀던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현재와 현실의 사건과 묵은 감정을 설명하는 구성이다. 60년 이상의 세월을 거스르는 내용이라 잊지 않고 연계하며 계속 잘 따라가자면 기억력이 필요하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낯설게도 느껴질 수 있는 시대상도 감안하며 정리를 잘 해둬야 결말을 즐길 수 있다.
첫 번째 여름에 내 아버지가 죽었고,
두 번째 여름에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었고,
세 번째 여름에는 내 남편이 죽었고,
네 번째 여름에는 내가 죽을 것이다.
그 전에 그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주인공인 딸의 직업은 검사이다. 사회파 미스터리에 잘 어울리는 사건과 법정의 풍경들, 단서를 추격하는 검사다운(?) 추리력과 끈질김이 인상적이고 몰입도가 높다 - 개인 취향에 따른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성범죄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입장으로 유명한 강성 검사인데 치매를 앓는 자신의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연락을 받는다. 현장에 CCTV는 없고 의심스러운 증언과 증거는 넘쳐 난다.
구구절절 시간을 훑으며 인물들의 현재와 비밀들에 대해 증언을 하듯 설명을 잘 해준다. 단지 배경을 잘 알게 되었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타인의 선택을 매번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따라 작품 이해도가 차이 날 듯하다.
막판에 가서야 밝혀지는 비밀들이 적지 않다. 엄청 복잡할 수 있는 설정들인데 가독성이 좋은 점이, 그래서 빨리 완독할 수 있었던 점이, 미스터리 설정만큼 신기하고 놀랍다. 미스터리물이라 스포일러 없이 소개하는 일이 어려워 이렇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