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옛날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문과면 법대 이과면 의대’라는 양대 학과가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지던 시절이 있기도 했답니다. 솔직히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변한 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지인은 그렇게 의대를 입학했다 뒤늦게 다른 적성을 발견하고 고생만 하다 전공을 바꾼 일도 있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지금도 사회에 꼭 필요하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판데믹 시절을 겪으며 특히 우리 사회의 의료진에 대한 생각들도 마음들도 여러 방향으로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봅니다. 일단 극한 직업인 것만은 분명한 듯! 저로서는 절대 못할 직업이라 현직에 계신 앞으로 지원하실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전 국민 의학 계몽 시절에 다름 아닌 시간을 살며, 아이들은 정말 방역 규칙을 잘 지키는구나 감탄하며, 끊임없이 확산을 주도하는 어른들 모습이 괴롭도록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고3 학생들 백신 주사 먼저 배당한다니 일반인들이 그 백신을 노리고 수험을 치르겠다고 지원해서 올 해 수험생 40%가 넘는 숫자가 20-30대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도 안 들리겠지만 일단 말해 봅니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요.”
오늘은 1200명이 넘는 확진자 소식을 듣고 기운이 탁 풀리고 답답해서 일도 엉망이고 숨도 잘 안 쉬어 졌습니다. 다시 2020년 식으로 살라고 하면 나는 그럴 수 있나...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습니다. 수도승 같은 삶에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모두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깊이 가진 채로 견디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먹고, 싸고, 놀고, 씻고, 자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로 느껴지는 시절, 나는 이걸 못해서 여기저기 아픈가 싶은 시절, 축구선수에서 의사로 장래 희망이 바뀐 우리집 초등 꼬맹이와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아이를 의사로 만들 생각’은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부모들이 안 하시면 좋겠지만 하겠다는 아이를 잘 지원해 주시는 것은 멋진 일일 겁니다.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유도와 바이올린과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저자께서 글도 그림도 직접 다 하신 거라 그런지 착착 잘 전해지는 내용과 종종 엄청 웃기기까지 하는 재밌는 그림들입니다. 역시 아이는 ‘코파는 이야기’부터 읽고 식사가 종종 고역인 저는 ‘음식을 왜 먹어야 할까요’를 먼저 읽었습니다. 의학 과학 도서로 아주 쉬우면서 유익하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직접 말리는 것보다 관련 내용을 읽게 하면 아이 혼자 생각하고 자신만의 지침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요 - 너무 낙관적인 전망인가요.
어른들도 확 찌지는 않더라도 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 역시 운동량이 정말 줄어든 것만은 맞습니다. 더구나 뭘 해도 마스크 속에서 호흡을 해야 하니... 2학기 학생 전체 등교가 발표대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방학 때 다시 한 번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고 체열검사, 떨어져 앉기,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사실 어른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특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들도 있지만 일상에서 지켜나갈 건강 생활 지침서로서도 참 좋습니다. 의학적 기본 지식을 아이들이 잘 익힐 수 있게 세심하게 고민해서 열심히 만든 책이 맞습니다. 그림까지 손수 그리신 점도 그렇고 내용에서 그런 마음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자! 5대 지침!
잘 먹기. 잘 싸기. 잘 놀기. 잘 씻기. 잘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