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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처음이라 - 가볍게 시작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6월
평점 :
서양클래식음악이라면 좋아하시는 분들도 익숙하신 분들도 있으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비교적 일찍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생 시절 현악부에서 첼로 파트였습니다. 취향이 만들어지기도 전이지만 싫어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실은 아주 행복하게 부활동을 했습니다. 연습이 즐거웠고 횡단보도 앞에만 서도 머릿속에서 선율(tune)이 재생되었으니까요.
중학교 때 댄스음악과 가수들이 인기를 엄청 얻었는데 가사와 춤이 함께인 음악이 한참 낯설기도 했습니다. 얼마 지나 이문세, 신해철 노래들에 푹 빠지긴 했지만요. 그때도 지금도 클래식에 이론적 지식이 많거나 아주 잘 아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몰라서 대학 시절 위기감을 느낀 친구들과 클래식 100곡 선정해서 읽고 듣고 외우며 억지로(?) 교양을 채워보기도 했습니다.
항상 모든 음악은 참 좋지만 아무래도 가사 없는 긴 호흡의 음악은 종종 무척 필요하고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고 삽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 지금도 현실인가 싶은 - 대사건!으로 인해 몇 년간 쇼팽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좋았습니다.
“쇼팽은 생전에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 모두 피아노의 선율이 독보적으로 들리는 작품입니다. 보통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하면 관현악 연주가 뒷받침되면서 피아노가 독주 악기로 연주되는 형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쇼팽은 피아노 소리의 아름다움을 관현악의 큰 소리에 덮고 싶지 않았습니다. (...) 쇼팽이 작곡한 이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자신의 첫사랑이자 음악원 동기였던 콘스탄차 글라드코프스카에 대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와인처럼 클래식 음악도 무척 좋아하지만 아는 바가 적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책을 읽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주기적으로 읽어 주면 보충과 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충전이 되는 기분입니다. 목차를 먼저 보니 그래도 반백년 살았는데 단 한번도 진지하게 배우지 않은 작곡가가 눈에 띕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요즘은 책이라 해도 음악 관련 책엔 QR코드가 있어 들으며 읽을 수 있으니 그런 방식이 좋은 분들께는 읽는 기쁨도 커질 듯하고 기억하기에도 도움이 될 구성일 거라 짐작해봅니다. 성격이 급하고 뭐든 후다닥 설렁이고 뚝딱 해치우는 방식이 좋은 저는 일단 책 먼저 일독하고 듣고 싶은 곡 찾아 듣고 다시 확인하고 싶은 거 들춰보고 그런 정신 없는 순서입니다만.
조현영 저자는 연주자이고 아트앤소울이라는 예술사업을 하는 대표이고 클래식 팬들을 위한 토크와 강연과 글과 방송을 계속 해오신 분입니다. 책 중에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 개론서라고 하는데, 클래식이 처음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신 것을 보아도 내공과 필력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지식의 풍성함이 짐작됩니다. 이 책은 실제로 옛날이야기만큼 술술술 읽힙니다.
저자를 모르고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저는 믿는 편입니다. 클래식 곡도 역사와 사회와 작곡가의 사정들이 모두 합해진 결과물이지요. 그러니 작곡가들의 삶을 읽고 배우고 이해하며 듣는 음악은 감상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남들 어떻게 사는 지가 궁금한 저는 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내 음악이 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 내가 거듭 연구해보지 않았던 음악의 거장은 없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리스트, 차이콥스키, 말러, 드뷔시, 피아졸라. 이렇게 10명을 고른 저자의 이유가 있겠지요? 역사의 구성물이나 기념비로도 느껴질 수 있는 이 위대한 음악가들을 인간으로 다시 만나는 일이 기대 이상 흥미롭고 쉬운 삶이 흔치 않아 애틋하기도 합니다.
시대에 매몰되기도 하고 시대를 넘어서기도 하고 지키고 싶은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기도 하고 자신이 역사가 되기고 하고. 분야에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든 인간이 만드는 드라마들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베토벤은 이와는 반대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음악을 전하기 위해 신에게로 돌아간 작곡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인간 승리의 결과로 낳은 우주의 음악을 선물해두고 별이 되어 지금도 하늘에 떠 있습니다.”
물론 두고두고 감상해 볼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도 있습니다. 클래식 전문가가 엄선해 준 음악들이라 각별함이 있지요. 물론 수험공부하듯 예전의 저처럼 그렇게 대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혹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집중해서 익혀 보는 일도 완전히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몹시 힘들어 하는 일, 헤드폰으로 교향곡 감상하는 일은 인간 소외의 대표적인 일이 아닌가 가끔 생각합니다. 지휘자를 쳐다보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지라 더 그렇습니다. 언젠가 마음 편히 연주를 다시 즐길 날이 올까요.
“짧은 곡이라도 온전히 소리에 집중해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조현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