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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평점 :
아주 오래 달리며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한국이 분단국이라 기차여행 시간이 짤막한 것이 아쉽다. 언제든 할 수 있던 시절엔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잔뜩 보였는데 지금은 그립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호는 지루한 거 하나 없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다. 신나게 다닐 수 있었던 덕분에 여행이 끝나면 아주 기분 좋은 고단함이 느껴진다. 재밌고 현명한 이들을 많이 만나 각자가 살아본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도 잔뜩 듣고, 사려 깊고 친절하게 남긴 말들도 아끼며 듣는다.
뜻밖에 솜씨 좋고 그 자신도 철학자로서 부족한 점 없는 위트 가득한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여행은 더욱 유쾌하다. 줄곧 편안하면서 가르침이나 교훈이 지나치지 않은 책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사는 일이 깔려 있는 레일 위를 달리는 일이라면, 여러 번 정차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삶을 나누는 일이라면, 그리고 각자의 삶의 향방을 찾아 다시 달리는 일이라면, 그 기차에 타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속 편한 기분이 든다.
레일 위에서 만난 이들, 지금 한 기차에 탄 이들, 앞으로 만날 모두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이들이 다 반갑다. 우리 모두 같은 처지니 서로 힘껏 응원하자고 제안하고 싶어진다.
한 달 동안 조금씩 읽고 필사해 보았다. 클럽장은 힘들 때 카톡 보내고 싶은 철학자 찾아보라는데 카톡을 안 하는 독자로서 불경하게 패스!
샤르도네를 함께 마실 수 있다면 루소와 수다를 잠시 떠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대신 불어... 불어를 철학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배워야해!
솔직한 심정은 이렇게까지 재미날 줄 몰랐던 에릭 와이너 저자나 종종(?) 엄청 웃기는 위트쟁이 김영하 작가와 대화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하며 언급을 피하고 싶지만 문장이 눈에 띌 때마다 두근거리는 철학자(들)가(이) 계신다.
“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앞으로 더욱 더 배우고 싶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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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은 사람들이 좋다.
그들의 계획 안에서 내 계획을 발견하면
내가 죽어서 무덤에 묻힌 후에도 내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