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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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이후에 가장 호쾌한 제목이다표지부터 술과 안주가 차지하고 있다게다가 일본 작가의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이다



제목 탓(?)에 작가가 궁금해서 사진과 소개부터 정성스레 읽는다. ‘일상적 소재를 섬세하고도 속도감 있게 그려냄’ 무척 좋아하는 작품 취향이다재밌고 맛있을 듯! 드물게 화면으로 읽는 책인데 퇴근 길이 재밌어 좋다.

 

무사시야마 동네에 대한 쇼코의 평가에 벌써 재밌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는 동네’, 혹시 <와카코와 술>처럼 극히 차분하면서 재밌고 맛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려나 허기가 돌면서 기대가 높아진다.

 

이누모리 쇼코에게는 점심 먹을 식당을 고르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그곳의 음식이 술과 궁합이 맞느냐 안 맞느냐밤에 일하는 그녀에게 점심은 하루의 마지막 식사다.”

 

하루 두끼의 식사 중에 제대로 된 첫 끼이자 마지막 식사선택은 고기를 특별히 강조한 식당이다식사 메뉴는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도 식당 앞에서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하는 모습이 웃긴다음식맛 평가를 알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더없이 중요한 한 잔점심에도 술을 판매하는 식당인지 알아보려는 의도가 더 크다.

 

메뉴판에 술이 나열된 것을 보고 무의식중에 주먹을 가볍게 쥐는 쇼코나도 이렇게까지 진심인 적이 있었나 살짝 반성(?)해 본다일본식 고구마소주를 온더록스로 마실 수도 있군.

 

술을 드실 건가요?”라고 되묻지 않는 것도 낮술을 마실 식당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 어른에게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칭찬해주고 싶다여기에 오기로 결정한 십 분 전의 나 자신을 힘껏 안아주고 싶어.’

 

짐작한대로 맛을 묘사하듯 음미하는 문장들은 미식의 영역에 가깝다즉 쇼코는 부어라 마셔라 주정뱅이가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맛있는 술과 잘 조합해 먹으며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말한 대로 한 잔의 행복.

 

밤에 일한다고 해서 무슨 일일까 했는데밤에 일하러 나가 집을 비우는 부모 엄마 를 대신해 아이를 밤새 지켜봐주는 일이었다마음이 찌잉 울리는 담담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쇼코의 삶을 왈칵 쏟아내듯 들려주며 마무리된다단 두 문장으로 완벽하게 이해시키고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두근거리게 하는 단편의 묘미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어 좋고 아쉬운 일독이나마 마치고 나니 김혼비 작가의 추천사가 완전히 공감된다


(...) 고단한 당신이 나 자신을 힘껏 안아주고 싶은” 점심을 꼭 만나기를



오늘 점심 뭐 먹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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