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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공감·용기백배
정동완 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기억나시나요. 전 별로 큰 고민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진로보다 성적을 고민했던 듯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경시대회에 참여했으니, 당연히(?) 이과전문직이 적성이라 믿었습니다. 실제 이런저런 테스트에서도 늘 결과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꿈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옛날(?) 사람이라 부모님 세대는 문과는 법대, 이과는 의대 이런 공식이 있었고, 부모님께선 누가 봐도 이과형 자식에게 뇌외과Brain Surgeon를 한두 번 권해보시긴 하셨지만 갈등 상황에 이르진 않았습니다. 의학은 멋진 과학이지만 결정적으로 암기가 세상에서 가장 곤란한 저로서는 뭐. 고등학생 때는 그나마 덜 외워도 되는 물리, 화학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누가 말려도 누가 권해도 결국엔 자신이 되고 싶은 하고 싶은 일로 향하게 되겠지요. 물론 여러 난관들이 그 방향을 틀거나 끝내 주저 앉히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갈수록 더 적어져야겠지요.
며칠 전 생일을 맞은 꼬맹이가 열 살이 되었으니 십 대가 두 명 살고 있습니다. 직접 물어보긴 뭣하고 궁금하긴 하지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사람으로 자신을 상상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데 나만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른다고 걱정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벤 스타인
이 책은 그런 10대를 위해 기획된 다정한 책인데, 직장 진로 고민을 반복하는 이로서 제가 먼저 읽어 보았습니다. 10대에 들었다면 감동 받았을 내용도 전혀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을 듯한 내용도 골고루(?) 있습니다.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다.” 소렌 키에르 케고르
인생 자체는 모두 경험이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없진 않습니다. 그래도 모두 다 경험이라고 전제하면, 실패나 실패에 가까운 결과에도 완전히 좌절하거나 이후를 모두 포기하게 되진 않겠지요. 결과보다는 그 순간 다음을, 내일을, 희망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런 태도를 지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힘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요.
“지금 네 삶이 두렵고 당황스럽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낯선 곳을 여행 중이라고 말이야.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려움의 연속이고, 내가 선택해야만 하고 겪어 내야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거야.”
저는 지구 반 바퀴 정도 돌아다니면 살았지만 - 그 시절이 전생 같습니다 - 두려웠던 경험이 없습니다. 그땐 행운이 가득한 시절이었는지 어디를 가나 참 좋은 사람들을 늘 만나 필요한 도움을 받아 소소한 것들부터 다소 심각한 일들까지 모두 잘 해결한 행복한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용감(?)해져서 무서운 줄 모르고 정말 잘 다니며 살았습니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한 가득!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 무척 간절히 바라던 일종의 진로 고민이었네요.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내가 스스로 준비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낭만적이지 않을까?”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시나리오 속에서 괴로워하며 항상 주인공의 역할만 붙들고 있기보다,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처럼 늘 꿈이 작았던 사람들에겐 안심이 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시간 속에 살아가든, (...) 롤러코스터가 됐든 회전목마가 됐든 놀이공원에서의 시간이 즐겁기를 응원한다.”
롤러코스터도 좋지만 회전목마를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하는 저는... 아... 놀이공원 가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회전목마 저는 왜 여태 그렇게나 좋을까요. 버텨봐야 빙글빙글 같은 풍경이 돌아오는 것을.
만약 인생이라는 전시회에 똑같은 그림들만 한 가득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그 공간 자체가 너무나 끔찍할 것입니다. 컬러링 하시는 이웃 분들 그림들을 보면서 다 달라서 참 좋다,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 각자가 살아 온 모습들도 모두 다 달라서 유일한 귀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같지 않다고 다르다고 미워하거나 비난하거나 방해하거나 하지 않으며 좋겠습니다.
“반듯하게 그리는 것보다 네 인생에 그리고 싶은 선, 칠하고 싶은 색을 먼저 떠올려 봐. 네가 완성해가는 너만의 그림을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