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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서미애 소설 + 사회파 미스터리 + 6월! 다 늙어도 설레는 조합이다. 주말 밤이 술렁술렁.
“유월의 밤공기는 상쾌했지만 비가 지나가는 탓인지 쌀쌀했다. 물기가 남아 있는 공기 속에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을 들이켜면 차가운 공기와 함께 향긋한 나무 내음이 느껴졌다. 채 마르지 않은 나무 의자의 축축하고 까슬하고 딱딱한 감촉이 등에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청소년 범죄와 촉법소년, 몇 달 전인가 우리 집 10대가 무척이나 완결된 의견을 피력해서 엄청 놀란 기억이 난다. 십 대들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대화를 많이 하나 보다.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청소년들에게 대출을 받아 도박 빚을 지우는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던데. 어른들의 돈벌이 범죄가 그칠 날이 없다. 우아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즉각적으로 역겹다.
아이들의 범죄에는 대부분 어른들의 문제가 긴밀하게 얽혀 있으니, 가해 당사자를 잡아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미성년자인 당사자는 가해자가 아니고 배후의 어른은 가해 당사자가 아닌, 죄를 물을 대상이 사라지는 기막힌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사적인 복수로 변모하기 마련이다. 최초의 범죄는 중단되지 않고 피해자는 계속해서 양산되는 비극이다.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은 벌이 봉사 활동 몇 시간에 교육 몇 시간이라고? 그걸 당신은 법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건가?”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침묵하는 이들로 이 책의 분량을 채우는 인물들 탓에 어찌나 답답한지... 그래서 제대로 된 삶이 되겠냐고 묻고 싶지만, 게으른 나 역시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 때도 적당히 참여하고 빠져 나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니... 더 답답해진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어디까지 침묵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침묵할 수 없는지. 범죄를 모른 척할 수 있을까, 희생자를 철저히 외면할 수 있을까.
작가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 된 이유는 악마들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침묵은 언젠가 중단될 수 있다.
진실 또한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을 견디는 일이 누구에게든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완전히 망가진 한 가족의 이야기에는 면역이 없다. 자식을 잃고 절망한 부모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도리도 없다. 전형적인(?) 여름밤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물론 끝까지 범인을 짐작할 수 없었다면 결론이 놀라운 반전이 될 것이다.
창작이지만 현실이기도 한 주인공의 슬픔과 회환에 깊은 숨을 쉬다 보니 내 마음의 답답함도 이야기와 함께 끝나는 기분이다. 아프고 슬프지만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 그래도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