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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마음의 과학 편 - 혼잡한 현대사회에서 마음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ㅣ 차이나는 클라스 6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6월
평점 :
방송을 잘 챙겨 보는 건 아니지만 특히 작년부터 이 시리즈 책을 찾아 주제를 골라 읽고 있다. 아무래도 시사성과 현실 밀착인 내용을 먼저 읽고 싶은 조바심이 커서 이 책 전에 읽은 것이 의학, 과학 편이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수강을 해야 할 듯한 분위기와는 달리 막상 읽기 시작하면 유사 주제로 이처럼 잘 읽히는 도서도 드물단 생각이 든다. 정말 술술술 읽힌다! 늘 알기도 해독도 어려운 마음을 다루는 과학 역시 특유의 전달력으로 가독성이 좋은 문장들로 잘 설명해준다.
작년보다 황망한 기분은 덜하지만 성실한 매일을 보내도 마음 어딘가가 짜부라진 듯한 병든 기분은 말끔히 털어내질 못하고 있다. 늘 그렇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챙기자는 기획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짐작한다. 섣부른 힐링 프로그램보다 평생을 특정 분야에서 특정한 주제를 연구해온 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차분한 위로와 의지가 된다.
목차에는 여타의 심리학 서적들을 통해 거듭 접한 주제 - 행복, 거절, 소통 - 도 있고, 볼 때마다 다시 심각하게 읽게 되는 주제 - 자살 - 도 있고, 한 때는 애써 공부한 분야 - 칼 융 심리분석 - 도 있고, 벌써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로 인식되는 불안한 주제 - 치매 - 도 담겨 있다. 넒은 우산이 드리운 그늘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쉬었다 기운을 차려 가실 듯하다.
서은국: 우선 행복은 생각이 아닌 경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짓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수많은 요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놀랍게도 유전이에요.
송인한: 자살은 개인의 병인 동시에 사회의 병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요. (...) 토머스 조이너는 치명적 자해 능력을 갖고 있거나, 짐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조차 만약 소속감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한선: 정상은 상상의 개념이에요. 정상적인 인간은 어디에도 없어요. (...)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내는 여러 증상들은 사실 우리가 모두 갖고 있는 인간성의 본질이에요. (...) 그런 감정과 욕망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길 바랍니다.
한창수: 뇌는 자극을 받으면 활동을 많이 하고 젊어집니다.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하거나 감정적으로 고양되면 뇌가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만약 뇌가 쌩쌩한 상태로 살기를 원한다면, 즐겁고 흥미로운 영상들을 많이 보세요. 또한 눈가에 눈물이 맺히도록 슬픈 노래를 듣는 식으로 감정을 고양시키는 것도 뇌를 젊게 만들어 주는 방법입니다.
행복보다는 우울과 치매로 향하는 관심이 늘어나는 나이이다. 어쩌면 나이는 상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관심사의 향방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일독하고 간만에 한국사회의 성격에 대해 다시 잠시 정리해본다. 가끔 잊고 살기도 하고 2021년이니까 뭔가 바뀌었겠지 하고 속편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작은 습관을 고치는 일도 쉽지 않은데 거대한 사회의 변화라는 것이 손쉽게 저동력으로 움직일 리가 만무하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체주의적이고 조직 중심적인 분위기가 강력하다. 사회성이 강하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퉁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하자면 개인이 선택할 여지가 없어 극단적인 방법을 고심하고 실행할 위험도가 크다는 말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일독 후 가만 다시 보면 모두 관련성이 있다. 거절이 왜 어려워야할까, 자살은 어째서 더 빈도수가 높아지는가. 개인으로서의 무력감을 절감하고 조직 내에서 감정적 시달림을 겪으면 그 감정이 더욱 농도가 진한 쪽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휘둘리고 있다면 억지로라도 잠시 멈추고 자신의 감정을 살펴봐야 한다. 말은 쉽지만 어려울 것이 분명하니,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청하고 가능한 의지할 정보와 힘을 키워두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나빠 장수하게 되면 여러모로 약해진 심신으로 치매도 상대해야 한다. 생각할 때마다 숨이 차오른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뭐든 해봐야 하니 뇌에 충격이 갈만한 일은 가능한 열심히 피하고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유지해보자. 와인이나 나이트캡이나 버터를 포기할 수 없어 잠시 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