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 사계절 만화가 열전 18
초록뱀 지음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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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에서 출간한 책들은 물성과 별개로 무게감이 더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많지 않아도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만난 느낌들이 그러했다만화라고 해서 뜻밖에 가벼울 리 없다는 생각을 미리 하며 책을 펼쳤다읽지 못하는 괴로움에 시달리는 내게 오늘의 구원처럼 옆에 있어준 반가운 책이다.

 

세상살이의 모든 역할이 쉬운 것이 별로 없지만, ‘좋은과 남편이 함께인 경우는 그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지도 모른단 생각을 설핏 한다부부 사이에 서로가 느끼고 평가하는 내용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리도 만무하니어쩌면 그 관계 속의 진실은 영구 미제일 지도 늘 엇갈릴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진실인데, ‘상대방이 있고 그 대상과의 관계에서 좋음을 인정받으려면 뭘 어째야 하는 걸까상대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열심히 들어 주면 되는 건가.

 

아무튼 어렵고 헷갈리고 어쩌면 실수와 실책을 거듭하는 여정을 보게 될 거라 생각으로 미리 크게 놀라지 않을 준비를 마쳤다임신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도 이후 밤마다 벌떡 일어나 잠을 깨고 고민을 했다던 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그렇게 선하고 진심인 걱정 많고 책임감 강한 성실한 이들을 생각하며.



현실만큼 진지한 만화이다.

생활밀착형 웹툰이라는 장르가 이런 것이었구나 절감한다.

다큐멘터리 속 인물들의 사정인 양 안쓰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결혼 후 도무지 시댁 어른들에게 정이 들지 않아 고생했던 친구의 이야기도 생각났다아이가 태어나서 할아버지할머니고모하고 부르니 저 사람들이 내 아이의 혈육이구나내 아이를 저토록 사랑하는구나하고 거리가 착 줄어들었다고 마음이 물컹 녹아 내렸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와 더불어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는 쌓이고 머물 자리는 좁아지고 심정은 위태롭고 감정적으로 치이고 그러니 늘 피곤하고 쉴 곳도 시간도 마음껏 확보하지 못하고 지낼 것이다그러니 이에 더해 좋은’ 누군가가 맞냐고 묻는 것은 그 자체로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혹 그럴 여유가 있다면 유언으로 서로 평가를 남기는 일은 어떨까 싶다반론을 못하니 너무 잔인한 일인가.

 

사실 평가이든 아니든 애쓰는 모든 이들이 나는 좋은’ 사람남편아내엄마자식 기타 등등등등으로 자신을 은밀히 맘속으로 평가하고 살았으면 좋겠다자화자찬도 하고 기운도 얻고 물 밑에서 고민하고 안절부절못하고 후회하고 할지라도.

 

힘을 내시는 게 힘들어도 기운을 잃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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