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승무원 - 서비스와 안전 사이, 아슬했던 비행의 기록들 어쩌다 시리즈 1
김연실 지음 / 언제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전직 승무원이었거나 나처럼 전직 승무원 친구가 있다면 이 책에 담긴 비밀스러운 뒷이야기가 완전히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물론 항공사에 따라 경험이 천차만별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티웨이 항공 5년 근속 승무원이다.

 

해외 항공사에 50-60대 항공 승무원들이 근무하는 풍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서비스직 여성들의 나이와 외모가 변태적으로 강압적이기 때문에 장기 근속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몸무게를 매주 측정해서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넘으면 감시 메이트가 배정되어 몸무게가 줄 때까지 지켜본다고 했다(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불규칙한 근무 시간불편한 복장온갖 불필요한 스트레스까지 승무원은 고단한 직업이다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그랬다격한 드라마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끊이지 않는얘를 들면해외 도피 범죄자부터 외교관까지 다양한 승객들과의 일화들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승무원을 직업으로 동경한 적이 없으나 승무원으로 입사하여 5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취업 멘토링을 하는 저자 김연실은 내가 느끼기엔 적어도 내 친구보단 긍정적이고 모범적이고 열심인 분으로 느껴졌다본인은 똘끼로 중무장 했다는데 무척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들이다신발 벗고 타세요/쉬는 시간 쥐포 구워 먹기/동료들과 행복수다/도떼기시장 상인을 빙의한 기내판매 등등.

 

그런 저자의 분위기에 맞게 일러두기와 일러스트 모두 귀엽고 재미있다이것은 재밌어서 공개한 일기인가하는 생각도 도중에 들었다.


앞치마 주름이 그렇게 큰일인가요…….

 

항공사는 다르지만 역시나 계약직처럼 불안한 고용 구조는 비슷한 것 같고 - 1년 단위로 의무 정기 교육을 받아야 자격을 유지한다거나위계질서라는 이름의 전체주의적 분위기는 여전히 강한 것 같다.

 

비행 서비스를 이용하던 예전의 나와 나를 감당해주던 승무원들 기억이 난다젊고 무지하고 이해심이 없어 아이들이 비행 동안 얼마나 지겨울지도 부모가 얼마나 피곤할지도 전혀 몰라서통로를 뛰고 노는 아이들을 봐주지 못하고 승무원을 호출했던 낯 뜨거운 기억뒷자리 승객들의 수다가 어쩌면 처음 나선 친구들과의 여행길의 즐거움일 지도 모르는데 망설임 없이 호출 버튼을 눌렀던 미안한 기억.

 

아직 승객들이 탑승을 하기 전인데 제 자리 바꿔달라고 떼쓰다기다리시란 말에 건방진 것들니들이 다방레지랑 다를 게 뭐냐!고 고함을 쳐서 모두를 당혹시킨 몹쓸 인간차분하게 다방레지에게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하던 멋진 승무원 언니등등예전 시절 공항과 비행기 안 풍경들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어쩌다 승무원이 되었지만 멋지다 승무원으로 살아 온 저자라 느낀다평소에 다른 이들을 보면 부럽게 느끼는 활발함과 친근함이다.



전 지구가 여전히 판데믹 상황이고 변이 바이러스들의 출몰과 확산이 불안하기만 한다유럽 본사에 업무로도 이 년째 못 가고 있다는 지인들도 있으니 해외로의 여행은 상상 속에서만 자유롭다.

 

비행 산업에 관련된 모든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 걸까이 책에 소개된 내용만으로도 빡센’ 교육과정을 마침내 마쳤는데 비행이 중단된 바로 그 시기를 마주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부디 매일 조금이라도 숨쉬기 더 편한 날들을 만나시길 바라는 마음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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