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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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와 상관이 없었다.”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매우 위험한 책일 수도 있다. ‘파리에 살며 친구들과 함께 술을 곁들이고 철학과 영화에 대한 다수의 강의를 하는’ 내 입장에서 느끼기에 하고 싶은 거 맘껏 하고 사는’ 저자가 노력과 성공이 무관할 수도 있다는 말을 건넨다이쯤 되면 부러움을 넘어 질투와 분노가 생길 수도……내 깜냥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우아한 독자들이 많으실 거란 생각에 혼자 민망해지기도 한다.

 

노력과 성공에 관한 가장 유명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독된 명언이미 진의를 아는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인용해 본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1%가 없는 99%의 노력의 무용성을 전한 말이다. 99%를 다 채워도 안 된다는 말이다.

 

에디슨 전에 나는 신문 취재에서 그 기자에게 '1퍼센트의 영감이 없으면 99퍼센트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고 말한 거였소그런데 신문에는 1퍼센트의 영감에 대한 중요성이 아니라 99퍼센트의 노력에 중점을 두고나를 노력하는 사람으로 미화하여 진실을 잘못 전한 것이오정말이지 못 말리는 착각이지요.

 

하지만매일 최선을 다해 해치워야 될 일상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잘 하는 일이 드물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처지인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관성으로 인해 그런 노력이 고통을 가할 지라도 그 방법으로 애써보려는 이들이 많을 줄 안다가늘어지려는 눈을 뜨고 더 읽어 보면 저자가 스스로를 닦달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다르다더 효율적으로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완된 몸이 긴장한 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 느긋함이란 개념이 아니라 자세다.”

 

언제나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훌륭한 선수는 경기 중에 긴장을 풀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정확하게 힘을 준다.”

 

휴식을 힘들어(?)하고 잘 쉬지 못하는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힘이 든다긴장을 풀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확인을 거듭하고 확신을 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잠이 드는 유형이다일하는 방식 역시 계획확인다시 확인을 거듭하며 진행한다그래서 수북한 오타를 나중에 발견해도 조금 놀라서 고치기만 하는 글쓰기를 무작스럽게 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믿는지 모른다읽기와 쓰기는 정말 쉬운 놀이이다어쨌든잘 쉬고 잘 자고 불안을 좀 거두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이전 재택근무에서처럼 머지않아 일의 효율이 비참하게 떨어질 것 같다.

 

무척 좋아하는 김하나 작가의 추천에 마음이 마구 끌렸고며칠 전 넋두리 하듯 쓴 포스팅에 오랜만에 요다 스승을 소환한 반가운 우연을 더해 도발적이고 직설적이지만 회복을 위한 메시지들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노력하지 마하면 하고말면 마는 거지노력해보는 건 없어.”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스카이워커에게 한 말.)

 


책에 대한 복종심이 강한 독자라 판단하기 전에 열심히 읽고 듣고 믿어보는 편이다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를 따를 생각은 없지만저자 개인의 생각이 일반성을 그리 많이 얻지는 못하리란 생각이 드는 구절들도 몇 개 눈에 걸렸다물론 언제나 내 문해력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뜨끔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구절들 역시 자주 등장한다어쩌면 저자 역시 무용하거나 비생산적인 노력의 전형을 따르지 않으며 이 책을 써나가서 인지도 모르겠다아주 열심히 보편적인 통찰을 찾아 애쓰지도 않고 많은 독자를 굳이 만족시키려 하지도 않고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말을 적고 들으려 하는 독자에게 도착하면 된다는 해방적 태도물론 이 단락의 내용은 순전히 내 짐작일 뿐이다.

 

여러분에게 완벽해지기는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 이미 저지른 일을 굳이 추억하며 평가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며 스스로를 해방하라는 얘기다.”

 

일단 시작해야 완성에 다가설 수 있다숙고망설임계산 따위는 미뤄두고 하던 대로 계속 하면 된다는 뜻이다. (...) 다짐 한번 하려고 새해 첫날까지 기다리는 짓은 그만하자.”

 

수많은 상황에서 어떤 대상을 떠올릴 때 우리는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이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행동함으로써 두려움에서 해방된다.”

 

마지막으로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여전히 하고 있는 어리석은 일자는 시간을 여전히 얼마간은 아까워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호되게 야단맞는 구절을 만났다매일 푹 자는 일을 순순히 따라할 수 없다면 요일을 지정해서 아무 생각 말고 푹 자는 날을 정해둘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스스로를 고심해서 설득해야한다는 점이승률이 높지도 않다는 점이이렇게 스스로에게 지고 마는 자신을 계속 목격하는 이 모든 병리적 습관이 기가 찬다어쨌든수면은 중요하다.

 

수면 시간을 줄이면 맨정신인 시간도 줄어든다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분주함이라는 독에 취한다. (...) 휴식은 정신을 깨끗하게 씻어 주며 정신은 마치 파도처럼 자기 자신을 쇄신하게 한다.”

 

처음에 반감을 가졌던 독자가 이 책을 다 읽게 된다면 어떤 결론과 감상에 도달할까감탄을 위한 독서 태도 속에서도 기회를 엿보며 반박을 위한 준비도 해보려 했다그런데 친구와 담소를 나누다가 우연히’ 시작한 책이 이 정도로 충분히 훌륭한 결과물이라면최선의 노력을 하고도 실패하는 일과 적절한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거나 꿈을 이루는 일에 대한 저자의 주장들을 반박할 말이 없다그리고 책을 추천하고 싶은 지인이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토요일, 속이 상하고 싸늘하게 화가 나고 조용히 갇힌 에너지가 울화로 치밀고…… 오늘까지도 불안과 두근거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이제는 발발의 이유나 정체에 상관없이 다 그만두거나 내다 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말끔하게는 안 되고 열심히 묵묵히 자책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늘이 초록초록해지면 여름이라고 여름 하늘은 파랗지 않다는 친구의 말처럼 산책길에 만난 나무들은 신나게 살고 있었다나는 자라지도 신나지도 못한 채 뭐하나 싶을 정도로오늘의 마지막 독서로 이 책을 읽고 해당 감정을 돌돌 말아 분리수거를 한다뭐가 되었든 형태가 있든 없든 지나치게 애쓰는 건 아니다탈이 난다잘 하는 짓이 아니다올바른 일도 아니다……자연스럽게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해방되어 사는 면적이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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