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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뇌 - 뇌의 신비로움을 알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최성범 지음 / 밥북 / 2021년 4월
평점 :
새로 생긴 독서의 영역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뇌과학 분야가 있다. 존재의 문제가 철학에서 천체물리학의 영역으로 옮겨 왔듯이 인간 행동과 분석에 관한 문제도 심리학에서 인지과학, 뇌과학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복잡하고 난해하고 질문 자체를 바르게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던 주제들이 과학의 영역으로 오면서 간단하고 명료해지기도 한다.
“인간은 지적 존재이므로 지성을 사용할 때 기쁨을 느낀다. 이런 의미에서 두뇌는 근육과 같다. 두뇌를 사용할 때 우리는 기분이 매우 좋다. 이해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칼 세이건
우리 모두 우주에서 살아가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멈추는 법 없는 뇌를 통해 거의 모든 기능을 하고 있으니,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임상에 주목해서 개별 사례들을 분석하는 내용이라해도 적용 가능한 공통적인 내용들이 도출된다. 즉 개별성과 보편성도 뇌로 인한 것이며, 뇌의 구조, 기능, 작용과 결과에 이르는 길에 각자의 경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사례별로 설명해 준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뇌를 이해하기 위해, 경험, 행동, 생각, 언해, 병증, 사고방식 등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을 분석한다. 이론이라면 반갑게 읽어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예시들이니 가독성이 아주 좋다.
“성격, 성향, 가치관, 행동과 습관, 사고방식, 언어 구사 방식, 감정 표출 방식, 사회성, 절제 능력 등 (...) 이 모두는 그 사람의 뇌와 연관되어 있다.”
뇌과학 책들을 읽으며 심정적으로 도움을 받은 부분은 감정적 문제의 저변에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적 문제라고 정신적 고민에 빠져 괴로워하는 대신 생물학적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가벼워지고 힘을 낭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완전히 절망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대신, 내가 느끼는 괴로움이 실은 통증일 수도 있다는, 신체적 이유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일은 무해하거나 유용할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것은 절대로 물리학이나 윤리학의 문제가 아니다.” 아인슈타인
역으로 내가 신체적 통증을 느끼거나 성격이 갑자기 바뀌거나 비이성적이고 반사회적인 충동이 일어나는 경우에 뇌에 병변이 생겨 그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교통사고와 같은 분명한 사건이 있었던 경우는 상대적으로 짐작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뇌종양의 경우에는 사후에 발견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사례에서 보듯, 종양의 위치에 따라 감정 반응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겨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짐작하는 것보다는 많은 현상들이 뇌 이상 - 뇌의 퇴행, 물리적 충격, 종양 등으로 전두엽 앞부분에 손상이 생기는 -을 원인으로 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대책이란 건 없겠지만, 대상이 나 자신이건 지인이건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 감정 조절 능력이나 판단 능력 혹은 학습 능력 저하가 감지된다면, 일시적인 기분 탓이거나 연령에 따른 호르몬 변화일 수도 있지만 뇌 이상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여지로 두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무조건 겁을 먹거나 일상적인 기분 변화에도 뇌 이상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자는 것은 아니다.
연령 불문 발병하기도 하지만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가장 근심스러운 일은 역시 기억과 관련된 일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포함한 뇌 관련 여러 장애를 가리키는 치매가 그렇다. 일단 치매는 병증이라기보다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제는 거의 상식처럼 알려져 있듯이, 치매란 생애 어느 시기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인지 장애이며 뇌 손상 사고나 뇌졸중으로도 생길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는 환자의 절반 50~60% 정도가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나머지는 뇌졸중이나 당뇨로 인한 혈관성 치매, 60세 이상에게 보통 나타나는 전두엽 치매, 운동 기능과 기억 부분에 단백질이 쌓여 생기는 노인성치매가 있다고 한다. 장수할수록 어쩔 수 없이 발병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어쨌든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최선들은 이미 우리 모두가 대략 다 알고 있는 방법들이다. 머리 충격 안 받기, 적정 시간의 수면, 사회적 관계 맺기, 학습(새로운 것 배우기), 운동하기, 명상하기, 건강한 식생활.
반복되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분명한 이유가 없음에도, 특별한 약물이나 학습이 필요하지도 않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어쨌든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7개 중 2~3개는 형편없이 못하고, 나머지는 그럭저럭이다. 조금 더 애써보자. 비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