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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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2년간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며 임상을 경험하다 필요에 의해 여성학을 공부하고 쓴 글이다그런 통찰에서 온 것일까아이스크림콘이 떨어진 방향과 녹은 모양의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혼란한 기억 속 어느 순간나도 저런 망연자실한 일을 겪고 울었던가싶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에 공기처럼 배어 있는 성차별과 성별 고정관념을 감지하게 된 상태를 빨간 약을 먹었다고 표현합니다자연스럽게 숨 쉬며 살아왔던 공기 안에 미세먼지가 있고 그 미세먼지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안 순간이전처럼 공기를 편하게 들이킬 수 없겠죠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동시에 엄청난 해방감도 느낍니다.”

 

진료실 내에서 환자의 증상을 연구하는 일에 더해 개인과 세계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지고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의 여정을 탐색하기 위한 노력이라 한다의학 공부 이외의 공부가 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필요하다고 느끼고 보충한 저자의 판단과 결단이 귀하고 감사하다.

 

임상 연구 결과이자 경험을 글로 정리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제공해 준 점도 감사하다모든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관계에 관한 문제 12가지 사례들이 담겨 있다나와 남을 이해하는 좋은 공부이자 해법이 될 것이란 높은 기대로 읽었다.

 

현재의 삶에서 심리적물리적으로 무엇을 얻고 있고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가공 없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걸 추천합니다.”

 

비교적 객관적 시선을 학습하듯 정독하고자 했던 마음과 태도가 무색하게 무척 따뜻한 공감과 조언이 가득했다조급하지 않은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들과 조언들을 읽어가는 것만으로 좀 더 걷기 편한 길이 나타난다그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목차를 보고 먼저 읽고 싶은 내용을 골라 읽고 다시 순서대로 일독하였다제대로 극복한 것도 아닌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젠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게 된 상황들도 눈에 띄었다참 다행이다 싶다.

 

1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세요그리고 팀 안에 다른 사람 (부모님친구들익명의 타인 등)을 넣지 않을 만한 사람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성인으로서 자신이 새로 구성할 가족과의 유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지그리고 자신의 과거 양육자와 적절한 분리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양육자와 적절히 분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상대가 부모의 행동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책임감을 느끼는지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배우자인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지를 알아보면 됩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나 사랑과 연애에 관한 신화가 하도 강력해서인지 온갖 시행착오가 난무한다결혼을 한 자식을 여전히 돌봐 주는 한국의 독특한 환경도 한 몫을 보탤 것이고결국은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이 가장 큰 문제이다어쨌든 이 문제만 잘 예방되어도 수많은 사회 문제와 범죄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막장 드라마가 전파 낭비하는 상황을 그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안식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가장 먼저 내가 안전한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2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화가 나는 걸까?”가 아니라, “겉으로 사소해 보이는 이 일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로 바꾸어 질문해야 합니다.

 

갈등과 언쟁이 성가셔서 가능한 피하는 태도가 있어서 세 번 정도는 참아본다든지어쨌건 실시간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식을 따르며 살았다잘 작동할 때도 있고 그래서 실수나 후회를 분명 줄이기도 했다그러나 언제나 그런 긍정적인 결과만 뒤따르는 것이 현실이 아닌지라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빼곡하게 차이기도 한다.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하든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그것이 가벼운 농담인지 아니면 진지한 고통인지를 확실히 구별했으면 좋겠습니다진지한 고통이라면 진지하게 자기 삶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정리하고 솔루션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적어도 자기 자신만큼은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인내심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니라 마침 고갈되었을 때 새로운 스트레스가 닥치면 위험천만한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그럴 때마다 당면한 갈등이 너무 사소해서 어이가 없고 자신을 반성하거나 꾸짖는 패턴으로 향하기도 했는데좀 더 천천히 자신에게 친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살피고자 하는 처방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한 것이 어디 있냐고 말해주는 저자 덕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좋은 게 좋은 거지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이런 말이 끔찍한 내 정서에는 이 책이 오래 그리워한 친구 같기도 하다이것이 힐링이라는 것인가.

 

충실하게 채워진 분량이지만 다 읽고 나니 분량이 적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서 그런가 보다마음이 헝클어지고 생각이 복잡할 때 일상이라는 최대 난적이 버티고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 편이 되어줄 책이다간결한 처방전을 받아 든 기분으로 더 생각하고 정리하고 바꿀 것은 스스로 바꾸자는 생각을 한다.

 

다시 떠올리는 멋진 수상소감,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우리가 세상을 바꾼 것입니다.”(김숙)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없을 것이다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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