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기도 두께도 설레지만 수채화의 향연이 마음이 아찔합니다이렇게 많은 색을 쓰면서도 유치하거나 요란하지도 않다니실제로 알록달록합니다그런데도 자연스럽게 모두 잘 어우러집니다.




색채들에 홀렸지만 이야기도 엄연히 존재하는 동화입니다이혼가정과 새엄마새언니들이라는 설정에 속으로 어이쿠소리가 들렸지만 설마 그 클리셰를 따라갈 거란 무서운(?) 상상은 하지 않았습니다우연히 들어간 숲 속에 독재자 고양이 황제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란 구절을 읽고는 바로 안심이 되었습니다완전 새로운 동화겠구나!

 

정확히 계산한 적은 아니지만 70억이 넘은 인구 중 아무리 적어도 10억 정도는 경험했던 아픔이 아닐까 합니다태어나 보니 이런 세상이런 가족이런 현실온갖 억울함과 불합리와 몰이해와 과도한 기대와 어긋난 애정과 때론 못 살게 구는 형제자매들까지어려서 아무 힘도 없을 때에는 정면 대결보다는 피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장소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도 하고 찾기도 합니다그 세계에서는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그런데……아름다운 색들로 빛나고재미난 요정과 다정한 친구들이 있고즐거운 모험이 가득한 세상도 완벽하지만은 않습니다. ‘독재자 고양이 황제의 존재는 완벽과 거리가 먼 세계를 상징합니다.



불완전함은 불평과 불만으로 갈등으로 점점 피곤한 지경에 이릅니다현실에 지친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서도 고단해지는 장면들은 안타깝고 가엾습니다그래도 이야기 주인공 는 돌아갈 다른 세상이 있지요그리고 돌아간 는 숲으로 들어왔던 와는 다른 경험을 한 다른 사람입니다작은 손을 가족들을 향해 흔드는 장면은 긴장이 사라지고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다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서로를 찾고 식사를 나누고 나쁘지 않은 관계의 시작입니다.

 

그럼 주인공 말고 다른 가족의 입장을 생각해봅니다새언니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갑자기 생긴 막냇동생이 자신들을 노골적으로 싫어한다면그러다 혼자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면자신들만의 엄마였는데 자신들의 고민에 공감하기 보다는 새로운 동생에 대한 흉을 못 보게 혼낸다면조에 못지않게 언니들의 마음도 불안하고 불만이 있고 걱정도 많았겠지요.

 

.. 저희 부모님도 이혼하셨고요심지어 아빠는 지금 새 엄마랑 있어요.


할머니1: .. 그래서그게 큰 일인 거니?


할머니2: 너는 무엇을 원하는 건데두 분이 순전히 너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같이 있는 거?

 

그런데 제목의 베르메유는 누구일까요알록달록한 조랑말들입니다숲에서 자유롭게 살아야지누군가가 가두면 빛을 잃습니다강요받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조랑말만이 아니라 조용한 강요를 사회화해서 그에 맞게 살아가는 우리들 중 누구는 이미 빛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릅니다자유롭다고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갇혀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해야 해서 하는 일들이 없지 않지요그것들 중 억지로 하는 일은 없나요?



놀이도 모험도 사라지고 꿈도 희망도 흐릿해지고 사라질 수 있는 나만의 세계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모두 다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기는 하지만 간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래도 제게는 매일 만날 수 있는 책도 영화도 있습니다.

 

처음 책을 펼치고 색의 향연에 놀라 감탄한 제 심정을 이제는 이렇게 외칠 수 있습니다메르베유!* 


메르베유: merveille [mεʀvεj]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더랜드wonderland를 프랑스에서는 '메르베유merveille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안 물어 봤지만 저의 최애 캐릭터는 모리스입니다귀여운 외모에 결단력이 굉장하고 정의롭기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