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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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조울증으로 인한 깊은 무기력에서 무려 마라토너로 변모하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기뻐하며 박수를 보내기엔 얼마나 지독하게 힘들었으면 마라토너에 이르렀나 하는 생각에 내용을 읽기 전 마음이 짠해졌다.

 

사실 나는 희망을 지키고 싶었다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이 작은 성취는 내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도 당장은 희망을 붙잡고 늘어질 수 있었다.”

 

두 주 전쯤에 여성마라톤대회 소식을 보고 기분이 더 쓸쓸해진 기억이 난다젊을 적 추억만 돌리지 말고 나도 다시 달리고 싶은데…….

 

표지와 제목만 보고 든 감상은 그쯤하고 마라토너들이 그렇듯 아주 기분 좋은 솔직함과 진중함이 가득한 책을 펼쳤다생각을 다 떨치고 호흡에 집중하여 기분 좋게 달리는 상상을 하며.

 

뭐 이런 부모가사랑 대신 술을 권하는 부모라니. 10대에 폭음을 하고 여러 차례 위험에 처하고 20대에 체중을 줄이기 위한 집착으로 섭식 장애를 겪고도 변호사가 되었다니부모도 저자도 충격적인 인물들이다전문직이 되었는데 일시적 노동 불능’ 진단 번 아웃 으로 은퇴하고 가족들의 죽음이 잇따른다.

 

다행히 정신과치료도 받고 치료 모임에도 나가고 명상과 글쓰기 수업도 듣고저자가 이렇게 움직이고 노력하는 것을 읽으며 잘 회복하리라 믿었다나 역시 우울증 완화법 중 하나로 의사에게 걷기를 권유 받았다운동센터 트레드밀 위에서 이어폰하고 20분 뛰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한발 한발 나아가는 걸음에는 가감 없이 딱 그만큼의 치유와 위로가 돌아온다.

 

물론 걷기와 달리기는 많이 다르다누구나 달리는 법을 아는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부상 없이 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오래 달리려면 배우고 훈련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저자이자 주인공 니타는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끈기로 차례차례 닥치는 고통과 어려움을 가 겪어내고 훈련을 계속한다나는 그런 과정을 이어가는 니타가 우울증과 조울증에 휘둘리지 않을 뿐더러 이전보다 훨씬 더 강인한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나 자신이다나를 망치고 죽이려는 상대가 나 자신일 경우에는 도대체 어떻게 싸우고 이겨야 하는 걸까나도 다시 달리고 싶지만 심정적으로는 아마 니타와 비슷한 부정적인 마음이 많아질 지도 모르겠다예전에 달리기를 좋아할 때도 처음 10여분간은 늘 머릿 속에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냐바보 같은 짓이다누가 하라는 것도 아니고힘들어 짜증스럽다 등등” 그런 시간이 지나면 소위 말하는 하이한 시간이 온다몸도 편안해지고 오히려 상쾌해지고 기분도 좋아지는매일이 그 반복이었다.

 

니타가 자신의 목소리들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솔직해서 더욱 인간적이고 힘겨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무조건 응원하고 싶은 장면들이다두려움비아냥이성을 가장한 변명들달콤한 유혹의 목소리들……내밀한 심리적 묘사들은 니타만이 아니라 독자인 나를 향해서도 날카로움을 물리지 않는다내게 들리던 목소리들을 떠올리며 떨치며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49의지박약우울증과 조울증이라는 양극성 장애공황장애를 앓던 니타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만으로 니타는 삶을 바꾸었다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달렸다복잡하지 않다! “꾸준히 계속하기.”

 

경기가 끝나고 며칠간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셨네요돌이켜 보니 풀 마라톤 결승선을 넘는 것은 최고의 경험 이상이었다. (...) 하지만 사실 그런 사건들이 인생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인생을 바꾸는 것은 일생일대 사건의 전과 후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이다.”

 

달리기가 우울증이나 음식에 대한 집착을 치료한 것은 아니었다. (...) 약을 끊게 해준 것도정신과 의사와 이별하게 해 준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은 조금 평화로워졌다. (...) 내 감정은 여전히 배 밑의 파도처럼 들썩였지만 적어도 달리기를 하거나 글을 쓰는 날에는 자부심을 느꼈고 끊임없이 음식 생각만 하지도 않았다. (...) 문득문득 의구심이 들었지만 내 삶은 차츰 나아지고 있었다.”

 


풀코스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다른 보상이 없더라도,

달리는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

다시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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