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 아킬레스건 완파 이후 4,300㎞의 PCT 횡단기
정성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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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킬레스완파 후에도 기어이 떠나게 한 초기 동기가 되어 주었던 영화 <와일드>를 본 적이 없어 자료만 찾아보았다.



 영화의 장면에도 있듯이 PCT라고 불리는 4,300km 횡단 코스가 나온다미국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National Scenic Trail: PCT)로 불린다종주를 하려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3개 주의 고산지대 능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

 

언젠가 미국으로 장기 여행을 간다면 국립공원들을 꼭 가봐야지 했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PCT코스에는 국립공원 7국유림 25곳이 포함되어 있다경관이 유려할수록 안전사고 가능성은 높아진다.

 

공원과 국유림이라고 하지만 푸른 숲길과 초원만도 아니고샌디에이고 사막을 건너고 3000m 고지대 능선을 걸어야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도 포함된다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까지 가려면 호수와 눈으로 덮인 산도 통과해야 한다산악 지대는 가장 평범하게 표현해 보자면 험준하다.

 

거의 직전에 완파된 아킬레스 건으로 이런 종주 코스를 걷는 저자가 담은 이야기들은 여행가이드가 아니었다분명 논픽션인데 드라마 대본처럼 읽히는 내용들도 있고자연 속에 머물고 걸어서 땅을 밀어내며 새 풍경을 맞이하는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한 문학적 감성들도 보인다덕분에 장점과 단점과 풍경 사진들만 가득한 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스토리텔링이 가진 매력과 힘은 역시 크다.

 

이상주의자보다 경험주의자가 되어라라는 말을 참 좋아해사람은 말이야 (...) 자신에게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더라고.”

 

물론 여정은 고난에 다름 아니다고군분투기로 읽어도 사실 무방하다여느 여행기처럼혹은 내가 여행에서 경험한 것처럼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역시 가장 빛나고 귀중한 경험이다치장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이 맨 몸으로 걸어나가는 이의 이야기는 자연 솔직하고 담백하다.

 

예상 가능한 육체적 고통도예상을 뛰어 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당연하지만 늘 힘겨운 생각지 못했던 위기와 갈등그냥 여행에서도 충분히 겪을 일들을 저자는 극한의 도보 여행에서 경험한다여행은 특히 장기 여행은 함께 하는 시간의 길이 만큼 어떤 식의 갈등을 늘 양상하는가 보다오래 전 지리산 종주에서 마치면 동행한 친구들과 절교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 잠시 생각났다절교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따라하고 싶어도 올바른 훈련과 준비가 없이는 불가능한 도보 여행이지만도전하면 또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기대도 생기는 묘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도보라서 그런 듯하다판데믹 시절엔 걷기로 하고 걷지 않은 모든 길들이 자주 떠올랐다내겐 별 의미가 없던 산티아고 순례길 조차 지금 이후의 미래엔 갈 수 있을 듯하다.

 

저자에겐 등산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었다고 한다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삶이 소개글에 고스란히 자랑스럽게 담겨 있다멋지고 부러운 일이다다시 맘편히 몸 건강히 하고 싶은 여행 잘 다니시는 그런 시절을 함께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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