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아프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 코로나19와 맞선 대구 사람들 이야기
이경수.정해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크게 놀란 시기이자 한편 희망은 분명했던 때이기도 하다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 1차 대유행이전에도 확진자가 나타나긴 했으나 다들 조심하면서 불안해하던 조마조마한 시기에한두 명도 아닌 수백 명급기야 수천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확진되었다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놀라고 당황했고 특정 도시에서 집중 발생한 전염병이라서 쉽고도 위험한 지역 봉쇄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역 밖의 사람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가 컸다는 것은 사실이나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대구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울까로 생각과 마음이 잘 모아지진 않았다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확산 방지를 위한 최선의 정책을 기대했던 마음이 가장 컸다단박에 지역 차별과 혐오와 배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도대규모 확산지에 살고 있는 250만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부족했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외적으로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구시민들은 묵묵히 협조했고 견뎌내었고 신천지발이라는 1차 대유행은 우려보다 진정세를 보이며 종식되었다대구에 살던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자신이 평생 살았던 도시의 거리들이 순식간에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고 한다시민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격리하여 보호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아 담은 이야기들은 아니다방역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관리 감독하며 최전선에 있던 이들의 기록이다당사자들임에는 마찬가지라 당시의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옮겨 담았다.

 

53일 간 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처럼 방역 수칙을 다 알고 개인 위생을 지키고 삼가는 것으로 확진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때와는 다른놀라고 아프고 혼란스러웠던우리가 막 지나온 과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어쩌면 우려보다 더 길어질 지도 모르는 시절에 우리가 선택할 태도와 생각에 대해 방향을 잡기 위해 참조할 비장한 자료이기도 하다.

 

놀란 마음에 두려움에 그랬겠지만 대응 미흡을 꾸짖고 확산된 이들을 비난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누가 책임질 거냐라는 목소리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더 주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반화되면 좋겠다방역 수칙을 어기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자신도 남들도 피해를 입히는 이들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손쉬운 타깃을 때려잡는 말들이 가진 폭력성과 가속도가 위험하게 느껴져서이다.

 

내용은 열어 보지 않았지만 오늘도 뉴스 헤드라인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지막지한 테러들이 보고되었다밖에서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비이성적이 행동으로 보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폭력이고 범죄이지만그 행위들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은 우리가 매 순간 새로 만들어가야할 세상에는 존재하지 말아할 양식을 닮아 있다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 부족과 비난하고 책임을 돌릴 생각으로 관련 없고 책임 없는 이들을 아시아인이라는 집단으로 분리해내고즉각적인 혐오와 단죄의 방식을 가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것도 아주 먼 것도 아닌 유사한 결들이 그들과 우리 사이에 촘촘하게 존재한다부디 우리는 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길많이 아프고 놀랐을 대구 시민들의 안녕을 힘껏 바란다.



시청으로 들어와 주셔야겠습니다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소집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