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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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호칭만 들어서는 뭘 하자는 날인지 알 수가 없지요그래서 아무 내용도 담지 않는 의미 불명하고 모호한 명칭 대신,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고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법 -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2007년 4월 10일에 제정되어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놀라운 일입니다이전에는 장애인을 차별해도 제재나 처벌을 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20년 12월 10대한민국 대통령령으로 개정된 최종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https://www.law.go.kr/법령/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시행령 이 법은 영국에서는 1995년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라는 명칭으로 제정/시행되었고 2010년에는 Disability discrimination and the Equality Act로 명칭과 내용에 평등권이 보강되어 개정되었습니다.

 

일본의 장해자라는 호칭에서 따온 장애자라는 호칭이 최초로 사용되었다가, ‘장애인으로 바뀌었고한 때 장애우라는 호칭도 사용되었습니다현재 장애인이라는 호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그러면 장애우라는 호칭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이 책과 아지오에 대해 대략의 정보를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아주 유명한 조합원과 모델들*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꿈꾸는 구둣방아지오(Agio) 는 주문이 많다고 모두 다 생산해서 일확천금을 벌고 주식 상장되는 그런 방식의 비즈니스가 아닙니다시각장애인 대표 유석영과 아지오의 목표는 성장과 수익이 아니었습니다설립 이념은 청각장애인의 자립이익은 장애인 직원 고용과 처우 개선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는 이 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덕분에 사나이를 사전에서 찾아보기까지(사나이 [명사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이르는 말.)


교양 강좌가 아니라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유석영은 그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직업을 갖지 못한다는 것그것은 장애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불안이다. (...) 세간의 인식에서 장애인이란사람의 반열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상자일 뿐이었다그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다그러려면 한 사람 몫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한 번의 실패는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

정직은 기업의 조건이자 경쟁력이다.

원칙을 지킨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고객은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다가치를 산다.

실적보다 소통이 우선한 기업이 오래 지속된다.

고객과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는 함께 간다.

 

비장애인인 제가 듣기에도 코가 찡하고 두근거리는 드높은 뜻을 담은 경영철학입니다진심으로 존경스럽지만 유석영 대표가 제 가족과 친구였다면 마음 한편에는 여러 복잡한 생각이 많았을 것입니다분명 사업 운용의 합리성과는 극단적으로 먼 이념과 목표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이익 창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잔혹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원하는 뜻 깊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이익 구조는 변동 가능성이 적은 형태로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하는 것이 기본이니까요.

 

사회적 기업*일수록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그 이상을 구체화시킬 방안이 보인다감성과 이성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노련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바로 사업이다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하지만 지속하는 건 어렵다.”

 

사회적 기업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1)

 

즉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손해 보고 지쳐 그만 두지 않을 만큼의 이익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그리고 일견 소박해 보이는 이 목표는 실상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그렇지 않다면 매년 수많은 창업자들이 실패와 파산을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요.

 

한번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한 번의 실패가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사례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무엇이 뼈아픈 고통을 겪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용기의 기반이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

 

다른 많은 분들과 같은 이유로제 부모님께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로 유명해진 후에 관심을 갖게 되셨고, 발 편한 수제 구두를 맞추는 일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좋은 기분으로 주문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 8장의 소제목 [대통령의 구두에서 우리 모두의 구두로]를 보니 마음이 각별해 집니다주문을 넣고 발을 재고 구두를 만들고 다시 미세한 조정을 거쳐 마침내 한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어 신어보던 순간에 느껴지던 여러 감정과 생각들로 특별했거든요

 

몸에서 가장 낮은 곳을 감싸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신발 아니던가유석영의 말마따나열심히 산 사람치고 발이 무사한 사람이 없다열심히 항해해온 인생을 위한 구두이를 세계 최고로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안승문을 비롯한 아지오 생산부 모두가 같다.”

 

구두를 주문하고 온전한 한 켤레를 받는 경험을 통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단지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독자로서 한 권의 책을 오롯이 읽고 나니 더 많은 생각으로 분주합니다내가 하는 일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흩어버리려 해도 질문이 자꾸만 되돌아옵니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소비에 신중해지고 대량생산과 기계화에 지쳐 다시 사람의 손길이 깃든 물건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지오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좋은 뜻만 가지고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아지오의 지속 가능성은 냉정히 말해서 구두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구매한 물건에 설득력이 없다면 일회성으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마감될 일이지요세상은 따뜻하지만 호락하지는 않습니다.

 

물건이란 의미’ 이전에 품질로 팔아야 한다.”

 

유석영은 자신 같은 아마추어가 시장에 뛰어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소비자의 시선에서 제품을 바라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까다로운 소비자를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소비자를 설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설득당해보기도 해야 한다고그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저게는 아지오 구두가 두 켤레 있습니다구두 두 켤레가 무슨 소박한 자랑이냐고 의아하시겠지요저는 평소에 구두를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오래 전 교통사로로 복합 골절이 되었던 다리부지런히 문제가 생기는 고관절로 인해 담당 의사가 반드시가방은 양쪽으로 무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가벼운 배낭신발은 제대로 된 운동화를 신으라고 처방에 준하는 강력한 조언을 하셨거든요.

 

그렇지 않다 해도 20년이 넘게 걷기를 최고의 심신 치료제로 활용하는 지라 운동화 말고는 신발에 관심이 없습니다워낙 게으른 성격이라 여름엔 원피스 하나 입고 다니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때도 신발은 늘 운동화입니다심지어 회의가 줄줄 잡힌 해외 출장에서도 정장에 운동화를 신었습니다이젠 그렇게 산 세월이 오래되어 일반 구두에 발은 넣으면 충격적인 통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백만 년 만에 운전용으로 구두를 신는 경험자로서 아지오는 정말 발이 편한 구두를 만듭니다좋은 뜻에 굳이 동참하려는 의도 없이 순전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신어도 좋은 구두입니다기대가 너무 낮으셨다면 오히려 디자인이 마음에 꽤 드실 지도 모릅니다.

 


첫 주문 구두: Loafer 7007 Ivory. 이효리씨 제가 먼저 신었습니다.(안물안궁......)

 

두 번째 주문 구두는 반짝반짝(?) 구두입니다. 민망해서 차마 사진 두 장은.....

 

여러 온라인 판매처에 주문을 넣어 구입하셔도 발에 잘 맞으시면 간단히 구매 가능하시고 시제품이 잘 안 맞아 고생하신 분들은 발틀 제작부터 신청하셔도 됩니다.

 

https://agio.kr/bbs/content.php?co_id=custom


아지오가 고군분투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소비자가 우리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구매 계획을 세우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그리하여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시장이 오늘도 신발 한 켤레만큼 조금 커졌을 거라고, (...) 아지오가 할 수 있는 일은묵묵히 좋은 구두를 만들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이다.”


음... 뭔가 상품 구매 사용 후기처럼 쓴 것도 같은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 주실 거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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