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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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이 무엇을 뜻하는지 재밌게 신나게 상상해 보시겠어요?

(답변을 댓글로 해주실 이웃 분들께 미리 심심甚深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 책의 날무슨 책을 읽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이 책을 읽었습니다지금 제게 있는 읽지 않은 책들 중에 책읽기가 아니라 책쓰기에 관한 유일한 책입니다.

 

당신에게 단 한 권의 글쓰기 책만이 허락된다면 이 책을 선택하라

글쓰기가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때야말로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다

연을 날리는 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는 것

외부의 억압과 자기검열이 여성들을 침묵하게 만든 것

엉뚱하고 황당한 생각이 떠오르는 나른하고 방탕한 시간과 방종한 글쓰기

다른 인물이 되어 온갖 사건을 일으키는 용기

쓸 수 없는 이야기는 없다

침묵을 강요하는 가족과 친구를 멀리하라

당신의 글을 사랑하는 동료들을 만나라

 

저자의 말투 그대로는 아니고 제가 살짝 정리한 내용이지만 어투와 자신감과 목소리의 높이가 느껴지시지요힘찬 연설을 읽는 것처럼 시종일관 열심히 들려주는 특이하고 드문 열정적인 책입니다북토크 사회보시는 것 보고 한 눈에 반한 김하나 작가님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사회 천재!십니다심지어 중간에 작가님 큰 목소리에 진심으로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나는 작가이고내가 쓴 이야기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그러니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이 바로 소설가가 갖춰야 할 자신감이다.

 

제가 아는(?) 작가님들 중에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신 분은 없지만 은밀히 솔직하게 내면으로는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단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어쩌면 당연하고 당연한 말인지도 모릅니다그래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해 이 정도의 자신과 애정과 확신이 있어야 독자도 읽고 싶지 않을까 합니다그러고 보면 저는 누가 별거 아닌데 준다고 하면 별로 받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별 거도 아닌 거 왜 나 주는 거지싶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해칠까 봐 소설에 유색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백인 작가들을 본 적이 있는데그러면 사회 구성원이 모두 백인인 기분 나쁜 소설이 나온다한계를 정하면 본인의 상상력에도 좋지 않다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자유롭게 누구든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모든 이야기를 써도 괜찮지 않을까우리가 당사자일 때도 그렇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에도 말이다.”

 

저자가 도전하고 싶어하는 여러 제약들경계들한계선들에 대한 내용들이 간결하면서도 신중한 방식으로 소개됩니다가령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도 쓰고 싶으면 일단 쓰고 그들에게 물어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확인만 하면 좋겠다는 것이지요이는 일견 쉽고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글 속에서 특정 인물들을 얼마나 자주 심하게 왜곡하는지를 떠올려 보면어쩌면 많은 이들이 물어보는’ 단계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역시 부족한 자신감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부터 두려워하고 온갖 자기 검열에 해당하는 이유들을 그러모아 스스로를 주저 앉혔습니다다행히 13년간이나 지속된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키워나간 우정과 격려와 사랑과 연대가 저자 앨리스 매티슨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글을 쓰고 출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아무리 사소해도 거절은 두렵고 상처가 되겠지만그 과정이 없으면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이 자명합니다.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당연한 의무이다

작품을 여러 번 수정하는 건 당신에 대해 무엇도 증명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쓰기 아이디어 찾는 법탈고하는 법출간하는 법 등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만 가득한 책은 아닙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그러니까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글쓰기를 원하는 이를 위해 쓴 책입니다일기가 아니라 출간할 소재의 글을 쓰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탈탈 털어서 꼼꼼하게 실용적으로 조언을 하고다감한 위로와 격려를 더합니다등을 천천히 슬쩍 밀어 주는 힘이 느껴집니다.

 

여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남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뉴요커에 글을 팔아 어머니의 약값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운 좋게 만난 여러 이웃분들 중에는 멋진 글을 쓰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그래서 가끔은 블로그 포스팅이 재능의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다음 포스팅 글에 밀려나는 것이 무척 아까운 문장들도 많이 보았습니다실은 제 눈에는 거의 모든 글들이 그렇기도 합니다여기서 잠깐제가 변별력이 없을 거라 의심마시고 자신의 빛나는 문장들과 재능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옛날 옛적 드라마에서처럼 글이 잘 안 써져서 머리칼을 막 움켜쥐었다가 종이를 팍팍 구겨서 던지는 이미 바닥에 잔해들이 가득! - 그런 사치스러운 글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거라면저는 이왕이면 더 많은 분들이 더 쒸잉날아오르는 글을 지금보다는 좀 더 자주 쓰셨으면 하는 조용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든 응모도 막 해보시면 좋겠습니다마감일이 지정되어 있고작가가 심사하는 글을 써본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많이 됩니다어쩌면 자신의 글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심사평을 들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저는 글쓰기 연습을 위해 몇 번 무모한 도전을 해보았습니다글다듬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혼자서는 모든 게 다 아까워도 응모할 글이라 생각하면 과감하게 핵심에 핵심만 남기고 슬쩍 늘어지는 내용들을 쳐낼 수 있기도 합니다너무나 속상한 일은 그런 후의 글 모양새가 훨씬 낫다는 점입니다.

 

저는 창작에 진지하고 솔직한 갈망과 애정을 가진 쪽은 아닙니다. 1차 창작물을 읽고 배우고 의견을 세워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쪽입니다그렇다고 진짜 비평을 쓸 지식과 필력은 없습니다서평이란 표현언제나 체할 듯 무겁습니다. ‘감상문이 어떨까요. 그래서 연습 삼아 응모한 글이 상을 받자 그만 사기꾼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좀 진정이 되고나니 제가 아무리 애써 얄팍한 수를 썼다고 해서 심사하는 이들이 홀랑 넘어가실 분들이 아니라는 제정신이 돌아온 판단이 다행히 들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과는 별개로 창작에 진심인 분들은 반드시 응모해 보시길 권합니다글은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끝까지 쓰자는 마음그것이 없이는 결코 태어나지 못할 생명이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일들도 마무리가 다 중요하지요.

 

세계 책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밤이라 마음이 슬렁슬렁 놀고 싶습니다그래봐야 책 읽으며 놀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집중력이 약하고 띄엄띄엄한 글이 되겠습니다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면글을 쓰는 재능과 소망을 가지신더 많이 더 잘 써서 많은 독자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소개드립니다미래의 작가님들세계 책의 날을 맞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는 멋진 계기를 만나시길 응원합니다.

 

그럼 질문과 관련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강렬한 감정과 상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모순적인 상태를 모두 놓지 않음으로써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감정은 진짜였고 나는 그것을 더 괜찮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에게 필요한 것은 방종과 통제즉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과 조금씩 풀어 주다가 필요할 때는 잡아당기는 실이었다실은 연이 날아가게 놔두지만 놓쳐 버리지 않게 잡아 준다.”


The Kite and the String: How to Write with Spontaneity and Control (and Live to Tell the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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