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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평점 :
책은 2월에 출간되었고, 3월 1일쯤엔 관심도 열기도 대단했다. 책만이 아니라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초상전은 코로나와 가족과 이웃과 직장에 대한 염려와 책임을 지그시 누르고 다녀오라! 는 허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을 들뜨게 했다.
3월 13일로 예정되었던 갤러리 관람 약속은 세종을 제외한 전 지역 확진자 발생 소식에 무산되었다.
책 자체도 아름답고 의미 있고 문장들 마다 14분 각자의 시절이, 선택이, 결심이, 힘겨움이, 용기가, 사연이, 생과 사가, 역사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온라인 전시의 수준도 발군이다. 어쩌면 내 눈으로 포착한 시선들보다 더욱 선명하고 세심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몹시 건전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며 산 보상을 받아보자, 란 이상한 억울함이 솟구치는 기분으로 갤러리를 다녀와야 비로소 책을 온전히 경배할 수 있을 듯하다. 갤러리의 물성과 체험이 몹시 필요하다.
“애국심이란 게 촌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확장된 이기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많고 그런 촌스런 애국심이 있답니다. 게다가 결국 나라란 것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 정체성 질문과 뗄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 여성들의 독립 운동은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열악한 위치와 환경에서 싸우며 ‘나 이렇게 살아있다’고 그들은 외쳤던 거예요.” 윤석남
‘나라를 위해 싸운 여성들’이 궁금하고 사연이 궁금할 게 될 줄이야.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인 입장에 온전히 경도된 적이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잊히고 지워지고 목소리를 빼앗긴 이들을 복원하는 일의 역사적인 의미는 크다고 동의할 수 있다. 개별 당사자의 복권과 회복만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이해하고 배우고 채워질 전체적인 역사의 모습이 궁금하다.
“윤석남은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2-3년 내에 100인의 초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윤석남의 초상화는 여성의 독립운동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초상화의 수가 많을수록 그 효과는 커지리라 생각한다. 그 초상화를 통해 윤석남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민족과 국가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립’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묻고 있다.”
이제 한 주 남았다.
http://www.hakgojae.com/page/1-3-view.php?exhibition_num=396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전(展)은 4월 3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문의: <학고재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 02-720-1524
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4인은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보다는 노동운동가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지고 보면 3.8 세계 여성의 날 역시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 투쟁을 위해 나선 행동을 기념하는 날이니 당시의 어쩌면 현재의 여성운동의 세계적 의미와 상통한다. 잘 어울린다.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투사가 되었느냐 물었지요.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 되고 살 수 있습니까? 친일 부호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노동자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따지고 보면 기자 선생도 지금 붓으로 싸우고 있는 거 아닙니까?” 강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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