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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탄생 - 제1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안세화 지음 / 비룡소 / 2021년 1월
평점 :
남매가 아니라도 엄청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대단한 장편소설이다. 확실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엄청난 몰입감을 보이며 읽는 모습으로 보아 우리집 아이들도 형제자매 골고루 이길 바라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했던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재미없는 책은 끝까지 읽을 인내심이 없는 초등꼬맹이까지 잠을 미루고 읽을 만큼 몰입감은 최고이다.
제목 때문에 지레짐작하고 얕봤는데(?) 고정관념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내용 전개가 아니었다. 현실 경험담처럼 구성과 스토리가 탄탄한 분명! 판타지 미스터리이면서, 익숙해질 만하면, 자, 여기 또 다른 반전! 하고 다음을 내민다. 거듭되는 반전 아이디어가 성가시지 않고 재미있다. 전모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하는데 완독이 전혀 어렵지 않다.
문득 어른들은 이야기 속에서도 왜 이리 무기력할까, 하고 재밌는 독서 와중에 아쉬운 생각도 들었는데, 요즘의 내 상태를 짚어 보면 가장 현실적인 모습일지 모른다. 슬프다.
책 좀 읽었다는 자심감과 여유가 아무 쓸모가 없는 이야기는 독자로선 신나지만, 작가의 야심찬 전개에 결말이 염려되기도 했다, 아주 조금.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라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아름답고 재미난 책을 읽고 혈연이 보장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내용은 무엇일까. 실은 아무 것도 없을지 모른다. ‘피’는 명성만큼의 힘이 없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줄 지어 든다. 뭐, 내 소회와는 별개로 참 재밌는 작품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십대들이 부럽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뜻밖의 행운, 뜻하지 않은 불행, 기대치 않은 만남, 예기치 못한 이별. 어쩌면 한 번쯤 상상해 본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단 한 번도, 정말 꿈에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불평은 금물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관건은 그뿐이다. 미래는 거기에 달려 있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물론 별일에도 정도가 있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그 일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는 상관없다. 정말 꿈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말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일이 벌어진 순간 모두 매한가지다.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
“정말 신분 하나만은 확실한 놈이다. 새삼스레 감탄하며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깜깜했다. 그 어둠 속 가장 끄트머리에 오빠가 있었다.”
“인정한다. 나는 무모하고 즉흥적이다. 기다리느니 찾아가는 게 좋고, 인내하느니 용기 내는 게 쉽다.”
“세상에는 대부분의 상황을 무마시켜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문장이 두 개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문장은 이것이다.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다. ‘우연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