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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두 1 - 나는 왜 나일까? ㅣ 비룡소 그래픽노블
국무영 지음 / 비룡소 / 2020년 12월
평점 :
잠시 쉬었던(?) 그래픽노블을 다시 읽었다. 중2에게 중2가 주인공인 책은 특별한 법이고, 마침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가까웠던 출간일 역시 책에 대한 관심과 흥분을 증폭시켰다. 선물을 한 사람에게 몹시 인색하게 굴며 읽던 책이 드디어 책장에 반듯하게 꽂히고 아이는 중3이 되었다.
나는 나의 중학교 시절, 악몽 같은 기억이 풍부했던 미션스쿨 시기였지만 - 덕분에 법대 갈 뻔했다, 제대로 고소고발하려고 - 그 시절의 나와 친구들과 그때만의 감수성을 이제는 편하게 떠올려보며 읽었다.
진지한 부제들이 전혀 웃기지 않고 공감이 된다. 중2 한정이 아니라 꽤 오래 꽤 자주 하기도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안 그러신 분들도 많으리라 짐작합니다만.
주인공 이름이, 동두희와 변기동. 이것만으로도 괴롭고 화가 나는 일은 충분하다. 당연히 부모를 원망할 수 있는 일이다. 오래전 ‘피바다’란 이름이 실제로 있다는 통계 기사를 보고 충격이 컸다. 정말 부모가 지어준 이름일까, 왜 그 이름을 계속 쓰고 있었던 걸까, 당황하고 놀랐다.
웹툰 연재로는 못보고 책으로만 읽었다. 완결난 작품이라 좋다. 2012년 5월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시기를 지난 이들이라면 익숙하고 짐작 가능한 온갖 부침이 생긴다. 성장이란 참 힘겨운 일이다. 작은 마음들이 얼마나 쓰릴까. 아이들에게 더 친절하자고 다시 결심을 하게 된다.
통증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성장통을 다루지만 작가의 그림은 부드러운 선과 색들로 채워져 있다. 수작업이란 어쩐지 이런 온기가 느껴진다. 10대가 정서적으로 느끼는 격렬함과 대비되는 나른하고 별 일 없는 일상들이 합치되는 느낌이 든다. 뜻밖에(?) 무척 서정적이다. 부분적으로는 내가 이미 당사자 세대라 아니라서 여유가 있어 그럴 수도 있다.
살면서 창원 출신의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어 사투리를 정확히 모르지만, 작가의 필력 덕에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사투리 대사들이 음성지원되는 즐거운 환청을 경험했다. 몰입력은 최고이다. 생생하고 현실적인 서사, 동시에 두희와 기동이의 아픈 마음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는 탁월한 시선. 참 근사하고 좋은 작품이다.
“우리 인생에 그나마 재밌는 사건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난 내 문제에만 빠져서, 옆에 있는 친구의 아픔도 공감해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