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걷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틱낫한 승려를 만나고 나서이다. 함께 명상을 시작하기 직전, 당돌하게 “시끄러운 마음으로 조용한 방에 앉아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물었다. 무례를 탓하지 않고, 명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알려 주셨다. 그 중 걷기 명상. 나의 걷기는 그 조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걷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대화하며 걸어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분 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답이 없을 때마다 나는 그저 걸었다. 생각이 똑같은 길을 맴돌 때는 두 다리로 직접 걸어나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니 힘들 때는 대자로 뻗어버린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걷는 사람의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려보면 좋겠다.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에겐 아직 최소한의 걸을 만한 힘 정도는 남아 있다.”
“힘들다. 걸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