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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문장들 - 7년 차 카피라이터의 방향이 되어준 메모
오하림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아주는 좋은 물건들로 내 방을 천천히 채워간다. 중략. 그런 물건으로 가득한 나만의 방과 그 방에 잘 어 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 이렇게 내 주변의 물건들은 나를 말해주고 나만의 정체성을 완성시켜 나간다. 대세의 흐름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향을 만드는 힘. 내 세계를 스스로 구축하는 뿌듯함.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는 기쁨. 취향이 있는 사람에겐 이런 주체적인 기쁨이 쌓인다.
: 물건을 사는 일을 아주 힘들어한다. 오래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 확신이 필요하다. 대단한 물건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살’ 물건을 고르는 일이어서 그렇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듯이,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은 물건과도 함께 살 수 없다. 지독하게 괴로운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결정하는 과정을 비로소 정리되었다. 그러니 누가 - 책을 제외한 - ‘물건’을 선물해주면 몹시 당황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용도를 다하고 사라지지 않는 물건 선물을 하지 않게 된다. 뜻하지 않게 미니멀리스트, 라고 놀림을 받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한다는 기분이다.
그건, “우리를 배려해 준 말이 아닐까”
그간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의견에 나는 우선 화를 덜어내고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그래, 그 사람의 의도는 그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럼 내가 판단한 건 뭐였던 거지? 그때 리틀포레스트의 대 사가 떠올랐다. ‘남의 단점이 보인다는 건,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
: 역지사지, 혹은 오래 전 들은 “제 속 짚어 남의 속”이란 표현과 결이 살짝 다르기도 하고 통하기도 한다. 어쨌든 독일 철학자 흉내를 내보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투영한 대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정확한 분석이고 또 많은 경우 그보다 더 심한 오해와 곡해가 발생한다. 현실은 생각보다 자주 웃프다. 문득 문득 다 포기하지 않고 매번 억지를 부리지도 않고 어떻게 우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소통하며 살고 있는지,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비밀을 아시는 분~ 저도 알려 주십시오. 진심입니다.
가늘어진 팔보다 단단해진 허벅지를 더 뿌듯해하는 내 모습을 보면 운동이란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단련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하는 몸에서 기능하는 몸으로의 변화. 얼마나 멋진 변화인가. 나는 이 변화를 오래, 가능하면 평생 즐기고 싶다.
: 청순가련, 을 선망한 적도 없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아깝고 아쉽고 소중해지면 몸을 가늘게 만드는 모든 팁들은 세상 가장 쓸모없는 말로 들린다. 여러 스포츠 종목을 좋아하고 (단축)마라톤까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30대의 어느 날 처음 해본 분석에서 보기보다 근육량이 많다는 수치가 당연하다 느꼈다 - 그 근육 다 어디 갔어. 운동을 더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데…… 체력저하에 노화에 질환에…… 뭐 이렇게 바쁘게 사라질 준비를 하는 건지 자주 서글프다.
원래 세상은 조금 더 착한 사람들이 조금 더 애쓰고 살 수밖에 없어요.
그게 막 엄청난 손해 같지만,
나쁜 사람들한테 세상을 넘겨줄 순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구를 지키고 있는 거야.
- 드라마 <멜로가 체질> 마지막화
: 책을 못 읽게 되면 그때부터 TV를 시청하리라 미루고 있는데, 이 드라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아주 조금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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