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에미 비룡소 그래픽노블
테리 리벤슨 지음,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원래(?)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하고예전 무척 유명한 인기 작가의 드라마에는 늘 집 안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가장 현명하게 나오는 이야기가 줄기차게 반복되는 걸 보고, “제일 젊은 사람이 가장 멍청하다면 저 집은 필연코 망하는 거 아냐?”라고 불경한 평을 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궁금한 나이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무조건 귀엽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그런 시선이 불편할 때는 어린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과 어려움과 고민을 아주 절절하게 얘기해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만 보인다는 점이다


함께 심각해지지 못하고그저 그런 위로와 격려를 전하려하고진정하고 견디다 보면 다 괜찮아질 거다이런 유의 꼰대스러운 태도를 들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스스로를 구린 점액 덩어리로 느낄 만큼 힘든 시절을 맞은 에미에 대해서 느낀 기분 역시 딱 저랬다특히나 내 예상보다 엄청 빠른 속도로무려 하루 만에 자괴감 가득 점액에서 인간으로 회복한 그 역동적이고 찬란한 생명력은 눈부시고 부럽다.

 


성장기 아이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영어 원제: Invisible Emmie - 행복하고 즐거운 이유가 아닐 경우가 더 많다그래도 에미는 절친도 있고 짝사랑의 상대도 있으니저자가 미리 말한 대로 힘들지만 완전한 절망이나 포기에 이른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감정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며 잘 성장하는 그런 일화에 다름 아니다다행이다.

 

물론단 하나의 절친과 어긋나기도 하고 짝사랑의 상대와 관련해서 나라고 상상 해봐도 엄청나게 수치스럽고 힘겨운 일이 발생하는 어두운 시간도 있지만오롯이 혼자가 된 상황에서 에미는 오히려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본다


체증이 술술 내려가는 듯이 진행되는 이야기가 반가울 만큼 에미의 변화되는 모습이 유쾌하다. 현실의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걸 잠시 힘겹게 생각해보면, 이 책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장미빛 헤피엔딩이다. 


최고의 스토리는 마지막의 반전이지만그걸 밝히면 출판사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듯하다.

 

작년부터 읽은 그래픽노블 권수가 충실하게 늘어가고 있다모든 작품들이 기대 이상의 무엇들이 항상 있어서늘 다음 작품을 다시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 집 중2는 이 정도는 초등학생 때 다 겪은 일이라고 미국 교육 환경을 다소 우습게 여기는 듯도 했지만사진을 찍고 몇 문장을 친구들과 나누며 수다 떠는걸 보니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다른 장점은 번역본도 잘 읽히지만 몇 번 확인한 경험에 의하면 그래픽노블은 영어 원작도 술술 읽기에 나쁘지(?) 않다.



 나는…… 특정 종교와 확실한 심적 결별을 하게 해준 미션스쿨 중학교를 다니느라 대부분 고통스러웠던친구들과 어울려 문제가 발생할 여유도 환경도 없었던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대화도 없이 성적 경쟁만 했던어른이 되면 반드시 고발할 거란 다짐을 하게 했던그러다 최고의 스승들 중 한 분을 만난 중요한 반전이 있었던모두 불행했던 것만은 아닌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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