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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대결 개와 고양이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히구치 니치호 그림, 김한나 옮김, 야마다 유코 일러스트 / 생각의집 / 2021년 2월
평점 :
2년 전 유기견 보호소 운영하시는 분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나서 다시 내용을 찾아보았다. 보호소 봉사하시는 분들은 명절 때가 가장 두렵다고, 이름표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구조되어오는 유기견들이 엄청 많고, 가족을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연락처를 적은 목걸이를 안 걸어 주거나 인식 칩을 하지 않은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 여러 사정으로 낯선 곳에 낯선 이들에게 반려동물들을 맡기는 이들이 있는데, 참 어려운 일이 말로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으니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탈출을 시도하고, 산책 중 끈을 망가뜨리면서 유기 상태가 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큰 소망 중의 하나가 반려 동물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짐작만 할 뿐, 해석만 할 뿐,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불편한지 아픈지, 중요한 문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 클수록 더 힘겨운 상황일 것이다. 알 수 없으니 도와주기도 힘들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다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부디 이번 명절에도 모두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우리 가족들 모두의 반려동물들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반갑고 감사하게 읽었다.
일단 <개성만점 동물 똥 퀴즈>라는 명저로 우리 가족을 무척 행복하게 해준 저자라 반가웠다. 동물똥을 그렇게 오랜 세월 연구하셨다니! 하며 놀란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다시 살펴보니 무척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력이 가득하다. 저자가 근무한 장소들만 힐끗 봐도 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감이 올 정도로 신기하고 특이하다 - 일본고양잇과동물연구소 소장, ‘고양이 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 동물똥에 한정해서 인식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저자는 포유동물학자로서 동물 전반에 관한 깊은 지식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일본에서 ‘고양이 아빠’라고 불리는 분이다.
일단 신뢰와 기대치가 아주 높은 상태로 안심하며(?) 책을 펼쳤다. 이런 멋진 학자가 제목이 <최강대결>이라고 해서 개와 고양이를 굳이 승패를 갈라 우위비교하려고 조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종’의 차이는 차이대로 이해하고 오해나 편견을 바로 잡고 결과적으로 인간과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실제로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어느 쪽이 이길까?”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을 모두 잊고, “아, 이래서 저래서 다르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무척 영리하고 바람직한 집필이라 감탄한다.
책소개를 보다가 실제 사례에 우리 가족의 반려동물인 테리어와 믹스묘가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55가지 항목들을 읽어 보면 일반적인 특징들에서부터 실제적인 예시들까지 고루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 유익하면서도 무척 재미있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스토리 자체도 물론 좋지만 이번 책은 히구치 니치호 작가의 그림들이 너무 재밌고 웃음 유발 촉매들이라 재밌는 책을 더 쉽게 접근해서 읽을 수 있게 해주고, 다소 상세한 정보들이 담긴 상황들을 잘 따라 읽을 수 있게 가독성을 결정적으로 높여 준다.
※ 새로 배운 내용들
* 개나 고양이 둘 다 길을 잘 잃어버린다.
* 고양이가 개보다 청력이 뛰어나다.
* 고양이는 개보다 동체 시력이 뛰어나다.
* 개와 고양이는 공통조상 ‘미아키스’로부터 진화했다. 미아키스는 6,500-3,800만 년 전 유럽에 살던 원시적인 식육류로서 숲에 살던 무리는 고양이로, 초원에 살던 무리는 개가 되었다.
* 고양이는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전위 행동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 훈련이 된 경우 고양이보다 개를 먼저 집에 데려오는 것이 좋다. 개는 주인, 즉 리더가 아끼는 고양이는 건드리지 않기 때문. 산책하는 도중 개가 유기묘를 발견한 것은 가장 좋은 패턴으로서, 개는 발견한 새끼 고양이를 제 새끼처럼 돌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해발’이라고 해서 자신 이외의 동물을 똑같은 동족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착각이라 한다.
태어나보니 개오빠가 있었고, 늘 반려견이 일상에도 사진에도 함께였고, 펫로스 증후군으로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더 이상 만들어나가지 않는 시절에도 부모님 댁엔 언제나 반려견이 있었다. 뜻밖에 학대 유기된 고양이까지 입양해서 살고 계시는 중이시다. 동생네도 역시 털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재작년 성탄절 이브에 유기견을 입양해서 함께 살고 있다.
이렇게 기술하면 인간에 의해 삶이 극적으로 바뀐 동물들이란 위계 구조로 읽힐 수도 있지만, 실제로 반려동물이 생기면 더 극적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길냥이의 처지와 관련법에 대해서는 함께 살기 전에는 무지하고 무심했다. 학대당하는 아기 고양이를 입양해서 함께 살면서 주변의 모든 세상이 달리 인식되고 생각과 행동이 변하였다. 큰 희생을 감수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동종 인간들끼리의 폭력과 살해도 역사 상 한번 멈춰본 적이 없는 인류문명이지만, 그래도 폭력을 지양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발을 내딛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이는 세상이 그렇게 바뀐 것이 아니라 그런 세상이 되도록 죽도록 애쓴 이들이 바꾼 현실이다.
그 결과들 중 하나로 12일부터 동물 학대나 유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고 한다 - 이하는 기사 내용 요약.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기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또한 동물을 유기한 사람에 대한 벌칙은 '300만 원 이하 과태료'에서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된다. 이러한 벌칙은 더 이상 행정처분이 아니라 형사처벌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는다.
맹견을 키운다면 12일, 그러니까 모레까지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맹견으로 인해서 발생한 다른 사람의 피해도 보상가능하다. 가입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는 목줄이나 가슴줄 길이가 2m 이하로 제한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같은 공용 공간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안거나 목줄의 목덜미를 잡아서 움직일 수 없게 해야 한다.
코페르니쿠스를 뛰어넘을 인식의 대전환이 우리에게 찾아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일은 아직 요원하다. 그러니 일단 동물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처벌이 강화되는 한 조건을 마련해두는 일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들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은 언제나 가장 확실한 희망이고 격려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 재밌고 유익한 가이드로서 감사히 잘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