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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한 달 살기 -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지희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1월
평점 :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가장 천천히 읽는 방법은 필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배워 읽히고 기억하고 싶은 책은 다는 못해도 반드시 필사를 하게 된다. 개인적 취향 탓도 있겠지만, 모든 글은 공책에 책에는 밑줄이나 메모를 안 하는 습관이 이어진 탓이기도 하다.
이동 수단인 밴을 집으로 삼아 매일 이사하며 사는 하지희 작가, 축소주의자 정도가 아니라 진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한 달에 오직 한 권의 책 읽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경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독서 기록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에세이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독서법을 위한 가이드북처럼도 읽힐 것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한 번 읽고 다 소화할 수 있는 책은 드물다. 내 기억으로는 그런 책은 없었고, 그런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듯하다. 대략의 내용을 안다는 것과 다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말이고, 해석과 공감은 늘 변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전문학을 여전히 읽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지금의 나는 ‘이걸 해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는 수많은 궁금증이 만들어 냈다.
그러니 이제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나는 우선 협상과 절충을 하기로 했다. 매일 저녁부터 밤까지 읽는 책들은 여전히 그대로 읽고, 한 권을 정해 한 달 동안 읽어 보기로. 일부러 조금씩 천천히 일정 분량을 한 달 분으로 맞춰 읽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아침 시간 한 시간을 새로 마련했다. 새로운 계획이 하나 마련되니,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기분이 든든해진다.
의외로 한 달 살 책을 고르는 일보다 책장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 더 힘겨웠다. 지금부터 읽는 모든 책들은 마지막 만나는 것이라 인정하고 나니, 다시 읽지 않을 책을 책장에 보관할 이유도 의미도 없어서 작년 말부터 아직은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책,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여러 번 열어 읽고 싶은 책들을 엄선하고 다른 책들은 모두 기증하고 있다. 언제나 마지막 순간까지 강인한 결단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나도 밴 한 대에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옮겨 실을 수 있게 홀가분하고 가벼워질까……. 새삼 저자의 결단이 경이롭다.
그 어느 때보다도 볼품없는 숫자의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신기하게도 보기 좋았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책만 골라 넣었으니 당연한 일.
그중 한 권을 꺼내 펼쳐 보았다.
이미 여러 번 읽었으니 단어 하나하나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첫 장부터 낯설다. 중략. 저번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중략.
지겹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더 알고 싶어졌다.
많이 읽고 많이 쓰자,고 생각하지만 권수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단지 새해 결심 중 하나라 가능하면 지속해보자고 노력해 보는 중이다. 그러니 ‘오직 한 권’만 읽을 자신이 없어서 언제나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저자만의 독특한 방식이긴 하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한 권과 한 달을 살고 나서 달라진 책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는 몹시 궁금하다. 찬찬히 깊게 만난 저자가 축복이라 일컫는 관계.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