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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너무 많아!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79
에밀리 그래빗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 2020년 12월
평점 :
너무너무너무X1000 많아서……
아이들이 까치 부부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며 화를 내며 읽었습니다.😢😥
아무리 가져와도 모자라는 것 같았는데 전부 쓸데없는 것들뿐이잖아!!
그 와중에 저는 좋은 부모가 되려고, 불안하고 부족한 마음에 혹시 이 물건들이 다 필요할 지도 몰라, 하고 막 가져다 나른 심리가 짠해서 마음이 울적했습니다.
그런데, 까치와 나무 위 둥지가 아니라 인간들이 사는 집이라 바꿔 보면, 훨씬 더 상황이 잘 이해되고, 여전히 너무너무 물건들이 많다는 생각과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코로나 덕분에 작년에 진지한 기분으로 많이 정리 기증하고, 연말연시 한 차례 다시 정리 기증한 집의 실내인데도, 여전히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꽤 눈에 띕니다.
다시, 상상을 확장해서 지구에 사는 전 세계 인구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모두 합쳐보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가 일 년간 배출하는 재활용도 분해도 되지 않은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요?
숫자로 찾아보자니 평생 처음 목격한 가장 끔찍한 호러 디스토피아가 눈앞에 닥친 듯 아찔합니다. 코로나 직전에 한국에서 일회용품 줄이기가 막 공감과 실천을 넓혀가던 걸 생각하면 정말 속상합니다.
의식적인 소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살펴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왜 또 사들였는지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황당할 때도 있습니다. 단기 기억 상실…… 뭐 그런 진단명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겠습니다만…….
며칠 전 미국에 사는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 처음으로 빈집 털이를 당했다고, 워낙 강력 사건이 많은 나라라서 신고해도 경찰은 인명 피해가 없는 사건 신경도 안 쓴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분위기다 보니 이 기회에 집 청소나 하자 했는데……. 있는 줄 기억도 안 나는 혹은 잃어버린 줄 알고 다시 구매했던 물건들이 줄줄이 막 나오더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까치 부부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에게도 많아도 너무너무너무 많은 물건들이 많습니다. 안 그러신 분들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란 표현에 너무 화내시진 마시어요.
정말 오래 같이 살고 싶은, 꼭 필요한 것들 이외에는 나누고 구매를 자제하는 그런 선택과 판단의 힘을 더 길러야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에겐 마음 다 잡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준 책입니다. 얼마 전 읽은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의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읽고 잊고…… 의 무한반복이 서러운 노안과 노뇌의 연령에 들어섰습니다.